[사설] 윤석열 흠집 내기… ‘막장’ 진영 전쟁

입력 2019-10-12 04:01 수정 2019-10-13 10:57
윤석열 검찰총장이 김학의 성접대 사건의 윤중천씨에게 별장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진보 언론을 자임해온 한겨레 신문의 주간지가 이를 활자화했다. 검찰은 “완전한 허위사실”이자 “음해성 기사”라며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취재를 통해 합리적 의심이 들어서 이런 기사를 썼다면 보도 자체를 나무랄 수 없다. 동시에 그 매체도 보도의 배경과 방향에 어떤 의도가 담겨 있다고 의심하는 것을 합리적이지 않다고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아주 미묘한 시기에 아주 특정한 진영의 입장을 반영한 기사였다. 공교롭게 보도 직후부터 그 의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더욱 합리적이게 해주는 증언이 잇따랐다. 한겨레 못지않게 진보 진영의 논리를 대변하던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윤석열 접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알아보니 윤중천의 거짓말이더라”고 했다. 김학의 사건과 관련해 여러 자료를 제시했던 박지원 의원도 “내가 가진 사건 자료에 윤석열은 등장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윤씨가 윤 총장을 모른다고 진술했고 과거에 안다고 진술한 적도 없다고 했다. 두 사람이 만났다는 흔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보도한 매체 측은 윤 총장이 별장 접대를 정말 받았느냐보다 “그런 진술에 대한 검찰 조사가 없었다는 것에 기사의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윤석열도 별장에서 접대”라는 문구가 제목 첫줄에 나오도록 보도한 상황에서 본뜻은 그게 아니었다고 회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보도는 취지가 무엇이든 ‘윤석열 접대’란 신생 키워드가 조국 사태에서 회자되게 만들었다. 여당 원내대표가 “사실을 파악해야 한다”고 했고 정의당이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대척점에 선 인물을 흠집 내야 하는 진영의 논리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조 장관은 입장을 묻는 질문에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윤 총장 내정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인사검증을 책임지고 있었다. 주간지가 폭로할 정도의 의혹을 몰랐다면 부끄럽더라도 몰랐다고 말했어야 했고, 의혹의 실체가 없어서 검증을 통과한 거였다면 그렇게 말했어야 했다. 말할 게 없다는 말은 “이 상황이 내게 나쁘지 않다”는 뜻으로 들렸다.

이쯤 되면 갈 데까지 간 것이다. 조 장관을 둘러싼 진영 싸움은 한국 사회의 온갖 권위를 깎아내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운영자의 한마디가 공영방송의 신뢰를 한순간에 허물어버리고, 영장판사의 결정에 수긍하지 못하는 이들의 반론이 쇄도한다. 내 편을 챙기느라 공정과 질서를 뒷전에 물려놓고, 그러는 게 왜 나쁘냐고 도리어 묻는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싸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