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PB 인터뷰 검찰 유출 의혹 놓고 KBS 내부 갈등 격화

입력 2019-10-11 04:06

KBS 경영진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와의 인터뷰를 검찰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공식 조사하겠다고 하자 KBS 사회부장이 보직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기자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KBS는 10일 온·오프라인에서 종일 해당 의혹에 관한 여론이 들끓자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한 뒤 “시청자가 직접 보고 판단하라”고 말했다.

KBS의 내부 갈등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난 8일 유튜브 ‘알릴레오’ 방송에서 비롯됐다. 유 이사장은 KBS가 김씨를 한 달 전 인터뷰한 뒤 이를 방송하지 않고 내용을 검찰에 흘렸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KBS는 하루 뒤인 9일 9시 뉴스 등을 통해 “인터뷰 다음 날 이를 보도했으며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는 유 이사장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또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하겠다”며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 하지만 같은 날 밤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다소 달라진 톤의 입장을 밝혔다. 또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 관련 보도를 특별취재팀에게 맡기겠다고 해 사실상 현 법조팀을 취재에서 배제했다.


그러자 성재호 KBS 사회부장은 10일 회사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보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과정에서 (조 장관의) 부인이 사전에 (투자처를) 알았다는 정황 증언이 나온 거다. 이 얘기보다 중요한 다른 맥락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조팀의 한 기자는 게시판에 “법조팀 전원은 오늘 출입처가 아닌 회사로 출근했다. 회사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해온 훈련된 기자들을 한순간에 질 낮은 ‘기레기’로 만들었다”고 썼다. 상당수 KBS 기자들은 회사가 지나치게 정권 눈치를 본다고 보고 있다.

KBS는 10일 9시 뉴스 첫 번째 꼭지에서 김씨와의 인터뷰 보도 경위를 설명했다. KBS는 “김씨의 말 중 조 장관의 주장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면서 “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를 따져 2건의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도의 적절성에 관해선 “녹취록을 직접 보고 판단하시기 바란다”고 해 판단의 책임을 시청자에게 떠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루 문동성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