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전시 日 예술제 ‘보조금 취소 반대’ 서명 10만 넘어

입력 2019-10-11 04:03
8일 오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의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전시장에서 위안부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재개됐다. 소녀상을 보려는 관람객이 1천 여명이 몰렸으나 주최 측은 이날 2회에 걸쳐 60명에게만 전시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 전시장 안에서 일체의 촬영을 금지했다. 사진은 지난 8월 4일 관람객들이 소녀상을 관람하는 모습. 연합뉴스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한 예술행사에 보조금 지급을 취소한 일본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 참가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가 보조금 지급을 활용해 표현과 예술을 검열한다는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소녀상 전시가 재개된 기획전에는 소녀상을 보려는 관람객들이 연일 북적이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은 10일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의 전시 재개를 요구한 예술가 모임 ‘리프리덤 아이치(ReFreedom_Aichi)’가 지난달 26일 청원 사이트 체인지(www.change.org)에 제기한 보조금 취소 철회에 참가한 청원자가 전날 10만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8월 1일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출품됐지만 일본 정부의 압력과 우익세력의 협박 등으로 사흘 만에 전시가 중단됐다. 예술가·언론·시민단체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지난 8일 전시를 재개했지만 관람 인원 제한, 소셜미디어 게시 금지 등의 제약으로 논란이 됐다.

일본 정부는 앞서 지난달 26일 소녀상 전시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대한 보조금 7800만엔(약 8억7360만원)을 교부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예술제 보조금 심사위원이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보조금 취소 철회 서명운동을 주도한 예술가 우시로 류타는 “(기획전 전시는) 재개했지만 (보조금 지급 중단이) 향후 예술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개재 2일차인 9일 전시회장에서는 소녀상 작가인 김서경·김운성 조각가의 토크 이벤트가 열려 관람객들이 대거 몰렸다고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김운성 작가는 전시 중단 사태에 대해 “(작품을) 보는 사람은 비판할 자유가 있다”면서도 “정치인이 예술을 억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벤트에 참석한 한 80대 일본 할머니는 행사 직후 작가들에게 다가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면 ‘용서해 달라. 정말 죄송하다’고 전해 달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폐막일인 14일까지 이어진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