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사모펀드 허점 면밀 검토 금융시장 불안 없게 할 것”

입력 2019-10-11 04:04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내 사모(私募)펀드 제도 전반에 허점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고 10일 밝혔다. 최근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를 빚은 사모형 파생결합펀드(DLF) 영향이 크다. 이어 국내 1위 헤지펀드 운용사 라임자산운용이 상품 환매를 전격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투자자 보호’ 측면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사모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 왔던 금융 당국의 방침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 국정감사와 언론 등에서 제기된 사모펀드 관련 문제점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DLF 손실 사태,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 악재가 반복되고 있어 (사모펀드 시장을) 더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금융감독원을 통해 시장 불안을 모니터링하고,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옮겨가지 않도록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 변화도 내비쳤다. 은 위원장은 “예전엔 ‘자산운용까지 금융 당국이 간섭하면 되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사모펀드에 기관투자가가 아닌 개인투자자도 있어서 (사모펀드에 대한) 입장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모펀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겪는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며 “향후 20년 뒤에 ‘사모펀드 시장이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잘 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 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에 DLF 상품 등의 설계·판매 전반에 걸친 개선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사모펀드는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으로 ‘문턱’이 높지만 금융 당국의 규제를 덜 받는 상품이다. 국내 사모펀드는 2004년 시작됐다. 사모펀드 규제는 2015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완화됐다. 사모펀드 설정이 사전등록에서 사후보고로 바뀌는 등의 변화를 거치면서 시장 규모는 올해 3월 기준 75조원으로 커졌다.

이 과정에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 펀드’ 등이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주목받으며 사모펀드 형태로 팔려나갔다. 메자닌은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금융상품이다. 사모펀드 투자 범위도 기관투자가에서 개인투자자로 넓어졌다. DLF 상품의 경우 불완전 판매 논란까지 불거졌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에 ‘환매 이행계획’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총 62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가 중단된 이유 등을 살펴보고 향후 환매 계획을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환매 등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없다. 라임자산운용의 ‘플루토 FID-1호’와 ‘테티스 2호’ 펀드에 재간접 투자한 ‘자(子)펀드’에 3000여명의 투자 자금이 묶여 있다. 환매가 중단된 6200억원 가운데 2000억원가량을 우리은행이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 판매 비중도 높다.

한편 은 위원장은 최우선 과제로 ‘제3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추진을 꼽았다. 금융위는 오는 15일까지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은 위원장은 “금감원과 공동으로 참여 희망 기업들에 종합적 컨설팅을 제공해 왔다. 올해 중 신규인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