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0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관한 찬성과 반대 청원에 대해 답변을 내놓았다. 조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후 제기된 청원이 요건을 갖춘 데 따른 뒤늦은 답변이지만 조 장관 거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영상 답변에서 “법무부 장관의 임명 및 임명 철회 권한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며 지난달 9일 조 장관을 임명하며 밝힌 문 대통령의 입장을 다시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전날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내용 및 법적 절차,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이날 답변을 종합해 보면 문 대통령의 생각은 임명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 본인의 위법 행위 확인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는 문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무책임하고 안이하다. 조 장관 거취 문제로 여론이 갈가리 찢겼고 국회는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해 파행되기 일쑤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이며 무한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건 곤란하다. 조 장관은 가족들의 특권과 반칙, 거짓말 논란에 휘말려 도덕적 정당성을 잃은 지 오래다. 과거 정부는 물론이고 이번 정부에서도 후보자나 가족의 도덕적 흠결로 낙마한 이가 한둘이 아니다. 그들에 비해 조 장관에 대한 의혹이 결코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 지지층들이 조 장관을 검찰 개혁과 동일시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 법무부 시행령이나 규칙 개정 등을 통한 검찰 개혁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되돌릴 수 있다. 국회 입법을 통한 개혁이 정작 중요한데 이는 조 장관의 손을 떠나 있다. 국회의 영역이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들의 입법이 핵심인데 조 장관이 오히려 법안 통과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조 장관이 주도하는 검찰 개혁에 힘이 실릴 리가 없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해충돌 문제도 끊임없는 논란을 부를 것이다.
조 장관 부인에 대한 추가 기소 단계 등 적절한 시점에 문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 개혁에 힘이 실리고 국정의 동력을 되살릴 수 있다. 중도층의 민심이 흔들리는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사설] 조국 장관 거취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 너무 안이하다
입력 2019-10-1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