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무슨 일이든 쉽게 싫증 느끼다 주님 주신 재능으로 승승장구

입력 2019-10-14 00:05

11살, 7살 위인 오빠와 언니를 둔 나는 부모님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는 시험 날도 모를 정도로 공부와는 담을 쌓았고 비디오 가게에서 신상 만화영화를 빌려 코피를 쏟으며 며칠 밤을 새웠다. 무슨 일이든 마음이 들면 즉시 시작했지만 쉽게 싫증을 느껴 하다 말기를 끝없이 반복했다. 초등학교 때 롤러스케이트에 꽂혀 학교 운동부에 들어가 학교 대표에서 시 대표가 돼 도 대회에 출전하게 됐지만 그만두고 싶어 접었다. 중학교 때는 일본 유학에 매혹돼 일본어 학원에 다니며 남보다 뛰어나게 잘했지만 갑자기 그만하고 싶어 발을 끊었다. 그러다 해금에 매료돼 돈을 모아 100만원이 넘는 악기를 사 동호회에 나갔다. 선생님도 감탄하며 전공을 권유했지만 또 그만하고 싶어 내려놓았다.

그러다 디자인 관련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아 아는 분 가게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어느 업체에서 너무 개성적이라며 내게 디자인사업을 제안했다. 그 일도 얼마 후 그만두었고 사진에 미쳐 최고의 카메라를 사서 어느 업체의 케익 사진을 찍으며 이름이 알려질 때 또 그만두었다. 대학에 가서는 광고에 끌려다니던 대학을 정리하고 서울예술대 광고창작학과에 입학했다. 담당 교수의 주목을 받았지만 역시 싫증이 나서 결국 하다 말았다.

대학 졸업 후 디자인 감성 쇼핑몰 1위인 회사에 들어갔다. 특이하고 감각적인 제품들을 찾아 웹사이트에 소개하는 일은 너무 신났지만 1년 후 그만두고 싶어 직장을 나와 일러스트로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기본기 부족으로 그림이 인정받지 못하자 손을 놓고 홍대에서 브런치, 명동에서 아이쇼핑, 가로수길에서 맛집과 커피숍을 전전하며 좌절감에 몸부림쳤다. 그동안 엄청난 돈을 감당한 부모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비참한 처지가 보이며 우울함은 깊어졌고 몸도 아프기 시작해 태어나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사람이 다 거기서 거기지.’ ‘이건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께 물어봐야 할 문제야!’ 잊고 있었던 하나님이 생각나 동네 교회 새벽기도에 나가 간절히 엎드렸다. 어느 날 주님께서 ‘나로 만족할 수 없겠니?’ 하고 물으셨다. 아무 대답을 할 수 없었던 나는 오빠와 언니를 따라 춘천한마음교회에 갔다. 예수님을 잘 믿고 있다고 생각한 내 신앙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기도 가운데 ‘나는 너를 책망하지 않아. 항상 너와 함께 있었어. 그런데 네가 나를 믿지 않았고 지금도 믿지 않고 있어!’ 하나님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입술로만 주님을 부르며 누가복음 20장의 악한 농부처럼 내 멋대로 내가 주인 되어 살았다. 하나님께서 독생자를 보내시고 예수님이 죽고 부활하셔 나의 주인이 되어주셨는데 그 예수님을 밀치고 주인 행세하는 자신이 똑똑히 보였다. 통곡의 회개가 터졌고 그때 나는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주님이 주신 기쁜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 한 달 만에 11장의 그림이 나왔다. ‘멸치대왕의 꿈’이란 전래동화의 이 그림은 한국 안데르센 미술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인사동과 중국 쑹창에서 단체전시회를 열었고 중국 미술잡지에도 실리며 대형잡지 회사에 발탁돼 일러스트 작가가 됐다. 그리고 전도지를 만들었는데 지금 영어,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 등으로 번역돼 기쁜 소식을 전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하나님의 은혜로 교회 홈페이지도 만들며 부활의 복음도 열심히 전했다. 동생도 ‘언니!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는 것이 죄라고? 나는 전혀 몰랐어!’ 하며 예수님을 영접했다.

정말 날마다 기쁨의 삶이다. ‘하다 말다’ 하는 ‘하다’의 이름이 아니라 예수님께 마음을 정한 ‘정하다’의 이름처럼 살아갈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담을 수 있는 일러스트 작가의 길을 가며 동화를 통해서 아이들이 주님의 사랑을 알게 되기를 오늘도 간절히 소망한다.

정하다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