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학업 강요 대신 일자리, 오프라인 대신 SNS 제공해야”

입력 2019-10-10 22:08 수정 2019-10-10 22:54
윤철경(왼쪽), 김승경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남대문에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서울 학교 밖 청소년 실태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학업복귀를 강요하기보다 장기 인턴십 등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드러나지 않은 학교 밖 청소년을 찾기 위해 오프라인 시설·인력 대신 SNS 활용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지방자치단체 간 정보교류가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마련됐다.

서울시는 8일 ‘학교 밖 청소년 실태와 정책 진단,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해 학교 밖 청소년 문제 해법을 모색했다. 지난 4월부터 실시된 ‘학교 밖 청소년 실태 및 25개 자치구별 관련 정책현황’ 연구결과를 토대로 효과적인 맞춤형 지원체계를 찾았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25개 자치구 담당자, 학교 밖 청소년 민·관 지원센터, 청소년 쉼터 등 총 72개 기관에서 120여명이 참석했다. 현재 서울 내 학교 밖 청소년은 8만여명으로 추산된다.

토론자들은 학교 밖 청소년이 사회주체로서 스스로 삶의 방향과 미래 진로를 탐색하고 자신의 재능과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찾는 데 방점을 찍었다. 기존 정책들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보호·지원정책에 머무른 측면이 있었다.

‘학령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을 뜻하는 학교 밖 청소년의 규모는 줄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매년 약 9만명의 학생들이, 서울시의 경우 매년 1만1000명 이상의 초중고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간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학교 부적응’때문에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많다. 강명숙 배제대학교 교수와 황지원 부천대 교수는 “2015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의 시행 이후 해당 중앙부처와 지자체, 교육청 등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지금까지 체계적인 실태 파악도 안 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학교밖 청소년 대책으로 학업중단 숙려 제도를 실시해왔다. 학교 복귀를 지원하는 상담, 교육, 진로지원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울러 학교 밖 청소년 도움 센터인 ‘친구랑’을 운영해 학교 밖에서도 학업을 지속하도록 유도했다. 아울러 학교 밖 청소년의 학력 인정을 위한 지원 사업을 벌여왔다. 올해 3월부터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친구랑’에 등록해 일정한 교육활동에 참여하면 학교급에 따라 10만원, 15만원, 20만원씩의 교육 참여수당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다만 학업복귀에만 초점을 맞춘 게 한계로 지적돼 보완책이 쏟아졌다. 백승준 서울시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센터장은 취업을 원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장기적인 인턴십을 활성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대개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최저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백 센터장은 “학교와 멀어진 학교 밖 청소년들과 간격 좁히기 위해서는 제도권 안으로 학교 밖 청소년을 편입시켜야 한다는 강박, 의무감, 고정관념 등을 버려야 한다”며 “서울시 차원에서 정책을 마련해 학교 밖 청소년들의 사회 진출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학업복귀 유도 정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학업을 포기하지 않은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유형의 학습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진 대부분 검정고시나 대안학교에 의존해왔다. 정 교수는 “학교 안과 밖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연계돼 어디에서든지 원하는 교육기회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부분 학교 밖 청소년들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인 만큼 SNS 활용도를 높여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혜교 홈스쿨링생활백서 대표는 “청소년 세대가 교육참여수당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경로를 조사했을 때 인터넷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는 응답이 28.8%”라며 “적극적인 온라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SNS 채널을 활용해 기관을 방문하지 않은 청소년에게도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다.

학교 밖 청소년을 문제아로 보는 선입견을 극복해야 한다. 송 대표는 “지난 수년 동안 사회적 시선은 끊임없이 학교 밖 청소년을 괴롭혀 왔다”며 “학교 밖 청소년을 ‘학업중단’ 청소년으로 부르는 등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학교 밖 청소년 사업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강동길 서울시의회 의원은 “학교밖 청소년 지원 조례가 없는 자치구도 24%, 사업계획서가 없는 자치구가 78.9%”라며 “관심도 없고 정책 예산도 형편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 역시 학교 밖 지원센터와 자치구 꿈드림센터를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원내용이나 규모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학교 밖 청소년 전문가 양성 및 인력보유를 위한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강 의원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 기관 종사자들 중 이직 계획이 있는 경우가 45.6%”라며 “이직이 잦으면 학교 밖 청소년과의 신뢰를 만들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서울시의 정책적 노력을 통해 높은 이직률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며 “학교 밖 청소년이 건강한 성인으로 클 수 있도록 전문성 있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