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택한 대기업 노조… 임금인상 목소리 낮췄다

입력 2019-10-10 06:02
현대자동차 노사 교섭 대표가 8월 27일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추석 전 타결을 위한 막판 교섭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 제공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달 8년 만에 무분규로 임금협상과 단체협약을 타결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노동조합이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던 파업을 접고 사측과 집중교섭에 나선 결과다. 같은 달 쌍용자동차 노조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안에 합의하면서 회사의 비상 경영에 동참했다.

쟁의가 아닌 사측과 협력을 통해 불황기 돌파구를 찾는 노조 움직임은 자동차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대기업 노조의 평균 임금 인상 요구 수준도 예년에 비해 낮아지고, 파업 횟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비금융) 중 110개사 인사·노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2019년 주요 대기업 단체교섭 현황 및 노동현안 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임단협 교섭 과정에 대해 ‘작년보다 어렵다’는 응답이 30.0%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는 46.5%였으나 올해는 16.5% 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에 비해 임단협 상황이 비교적 나아진 이유로는 노조가 요구한 임금인상률 폭이 예년에 비해 작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완료한 91곳에서 노조가 요구한 임금인상률은 평균 6.3%였다. 한경연 측은 “경기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노조의 임금인상률 요구안이 작년(8.3%)보다 낮아져 교섭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며 “올해는 노조도 전반적으로 양보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임금협상을 완료한 47곳은 최종 타결된 협약임금인상률이 평균 3.1%로 지난해(3.6%)보다 0.5% 포인트 감소했다.

파업 횟수도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 조사 대상 중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파업·부분파업을 겪은 사업장은 전체의 6곳, 기업당 평균 파업 횟수는 1.1건이었다. 지난해 1~8월에도 파업·부분파업을 겪은 곳은 6곳이었는데, 평균 횟수는 10.7회였다.

다만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정부의 노동조합법 개정안 내용은 노사 간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 기업들은 개정안 중 해고자 및 실업자 노조가입 허용(30.0%),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19.1%), 정부의 노조설립 심사권 축소(12.7%), 특수형태 종사자 노동권 보장(11.8%) 등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언급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