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동생 영장 기각과 여당의 사법개혁 보고서

입력 2019-10-10 04:01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9일 기각됐다. 조 장관 집안이 운영하고 있는 사학재단의 사무국장 역할을 하던 동생은 자신이 대표로 있던 건설업체의 공사대금 지급 소송을 제기한 뒤 학교법인이 변론 없이 패소토록 해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웅동학원 교사 채용 대가로 2억원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도 영장 청구 사유에 포함됐다.

그러나 법원은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소송이 자작 성격의 허위소송이라는 부분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배임수재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담당 판사는 “수회에 걸친 피의자 소환조사 등 수사 경과, 피의자 건강 상태, 범죄 전력 등을 참작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검찰은 강하게 반발했다. 혐의의 중대성, 핵심 혐의를 인정하고 영장심문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등 입증의 정도, 광범위한 증거인멸을 행한 점 등에 비춰 영장 기각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기각 사유로 본 배임수재의 인정을 검찰은 구속이 필요한 이유로 보고 있다. 검찰은 교사 채용의 브로커 역할을 했던 종범 2명이 이미 구속됐는데 주범인 동생의 영장이 기각된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영장 기각은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사법부 개혁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발표한 다음 날 새벽에 이뤄졌다. 조 장관이 별건 수사 제한과 반복적인 영장 청구 개선 등의 내용이 들어간 검찰 개혁안을 발표한 것도 같은 날인 점은 매우 유감이다. 민주연구원 보고서는 “김명수·윤석열 체제 하에서 조국 장관 상대 먼지떨이식, 마녀사냥식 수사와 영장 남발, 여론재판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법개혁 다짐이 무색하게도 법원은 무분별한 검찰권 남용에 대해 방관자로 전락했다”는 구절도 포함됐다.

법원이 여당의 압박에 굴복하거나 법무부 발표에 자극을 받아 영장을 기각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저 오비이락일 뿐이며, 판사는 여전히 법과 양심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민주연구원은 검찰은 물론 법원까지 압박하는 행위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한창 진행 중인 조 장관 관련 수사를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사법부를 겨냥하는 것은 ‘제2의 사법 농단’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사법 개혁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조국 구하기’란 오명을 쓰지 않도록 조 장관 문제가 마무리된 다음에 제안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