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 8일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에서 법원이 압수수색영장 발부를 남발했다며 검찰뿐 아니라 사법부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조 장관 동생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날이자,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흘 앞둔 시점에 ‘법원 개혁’을 말한 것이다. 민감한 때에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독립된 기관인 사법부를 향해 조 장관 수사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개혁을 주장한 것을 두고 야권은 ‘법원 길들이기’라고 비판했다.
민주연구원은 이날 주간 이슈 브리핑을 통해 제2의 사법개혁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민주연구원은 사법농단 수사와 조 장관 수사에서의 영장 기각률을 비교하며 법원이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법농단 수사 당시 75일간 23건의 압수수색이 진행된 반면 조 장관 수사 과정에서는 37일 동안 70곳 이상 압수수색이 이뤄졌다는 점을 짚었다. 민주연구원은 “사법부가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뒷받침해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소수의 법관이 법 해석을 독점하는 관료적 사법체제하에서는 ‘결손 민주주의’의 위험까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그간 미진했던 법원 개혁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김 대법원장 취임 당시 사법 개혁에 대한 다짐이 무색하게도 검찰권 남용에 대해 방관자로 전락했다. 취임 2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 답보 상태”라고 꼬집었다.
민주연구원이 사법부 수장의 개혁 의지 부족을 지적했지만, 이 문제에 있어서는 국회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사법농단 사태의 근원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의 폐지,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 폐지,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퇴임 법관의 변호사 개업 제한 등 굵직한 과제들은 입법을 통해서 가능하다. 사법 개혁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사법부 의지만으로 변화를 이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법부 변화가 제도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입법기관인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철희 민주당 의원도 변호사 135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들어 “김 대법원장의 법원에 긍정적 평가를 하는 변호사는 7.4%에 불과했다”며 신속하고 강력한 법원 개혁을 촉구했다.
민주당이 연일 검찰 개혁을 부르짖다가 갑자기 법원까지 겨냥한 것은 향후 진행될 조 장관 가족의 재판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사위 소속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국 사태의 국면 전환용”이라며 “김경수 경남지사 실형 선고 당시 여당의 전방위적인 법관 공격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법원이 김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자 민주당은 “사법농단 적폐 세력의 보복성 재판”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한국당 법사위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정경심씨 구속영장 발부를 앞두고 법원을 향한 선전포고를 했다. 검찰을 정권 손아귀에 넣고 내친김에 법원까지 접수하겠다는 모략이고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이가현 김용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