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총리, 일왕 즉위식 참석 가능성 높다… 한·일 관계 해빙 기대

입력 2019-10-09 04:04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가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전자산업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이 총리는 축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를 겨냥해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의 훼손은 몹시 위험하고 무모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오는 22일 열리는 일왕 즉위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통’인 이 총리가 방일할 경우 한·일 관계에 해빙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8일 이 총리의 즉위식 참석 여부에 대해 “(총리의) 참석을 논의 중이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에 참석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교도통신은 지난 7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즉위식에 이 총리를 파견할 방침을 일본 정부에 전달해 양국이 최종 조율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가에서는 이 총리가 방일할 경우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으로 치닫는 한·일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흘러나온다. 한·일 갈등은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지난 7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우리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으로 계속 악화돼 왔다.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출신인 이 총리는 의원 시절 한일의원연맹에서 활동했고, 일본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하는 등 ‘일본통’으로 꼽힌다. 이 총리가 방일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이 총리가 대화 재개 메시지를 담은 문 대통령의 친서나 한·일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빡빡한 아베 총리의 일정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아베 총리는 각국 대표와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개별회담을 가진다. 회담 상대국은 50개국에 달한다. 이에 이 총리가 아베 총리를 만나기 어려울 수 있고, 만나도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일 간 주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정상회담 개최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와 지난 6월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날 수 있었지만, 현안에 대한 현격한 입장차로 정상회담은 결국 두 차례나 불발됐다.

일본은 한국에 여전히 강경한 태도다. 아베 총리는 8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한·일 관계의 근본을 이루는 한일 청구권협정의 위반 상태를 방치하는 등 신뢰 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계속하는 한국에 대해 국제법에 근거해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 놓는 계기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한국이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강한 이 총리가 빈손으로 방일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색 국면을 풀기 위한 방안으로 이 총리와 나루히토 일왕 간 면담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양 교수는 “한·일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크고, 물리적 시간도 부족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