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코앞인데… 美, 中기관·기업 28곳 무더기 제재

입력 2019-10-09 04: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무역협정서 서명식에 참석해 스기야마 신스케(왼쪽) 주미 일본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운데)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기야마 대사는 이날 일본 농산물시장 추가 개방과 농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하는 새 무역협정에 서명했다. AP뉴시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이 신장 위구르 지역 인권탄압를 이유로 중국 지방기관과 기업을 제재리스트에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협상과 관련, 부분 합의보다는 주요 이슈를 모두 포괄하는 ‘빅딜’을 원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미·중 대표단은 10~11일 미국에서 무역협상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험로가 예상된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 등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탄압과 관련해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민정부 공안국과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하이크비전 등 총 28개 중국 기관과 기업을 제재리스트에 올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는 인민정부 공안국과 19개 산하기관 외에 하이크비전과 다화, 아이플라이텍, 메그비(Megvii) 테크놀로지, 센스타임, 이씬(Yixin) 과학기술 등 8개 기업이 포함됐다. 하이크비전과 다화는 중국 1~2위 감시카메라 제조업체, 메그비는 중국 3대 안면인식 기술업체다. 센스타임은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중 한 곳이다.

미 상무부는 관보에서 “이들 기관과 기업들은 신장의 위구르족, 카자크족을 비롯해 다른 이슬람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의 억압과 대규모 임의구금, 첨단감시 등 인권침해와 유린에 연루됐다”고 밝혔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미국 정부는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이번 제재는 미국의 기술이 소수민족 탄압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재대상에 오르면 미국 정부의 승인 없이는 미국이나 미국 기업으로부터 부품 구매, 기술 이전 등이 제한된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는 1100만명의 위구르족 이슬람교도가 거주하고 있으며, 위구르족을 포함해 100만명 이상이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국방수권법(NDAA)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ZTE(중싱통신), 하이크비전, 다화, 하이테라 등 5개 업체의 장비구입에 연방 재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중국과 부분적인 무역합의를 수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우리가 선호하는 게 전혀 아니다”고 답했다. 이어 “내가 선호하는 것은 이번 가을까지 ‘빅딜’을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무역협상단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한다”면서 “미·중 관계는 매우 좋다. 좋은 가능성이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중 관세로 엄청난 수입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사태와 관련,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다면 미·중 무역협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난다면 협상에 매우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인도적인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상무부는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10∼11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고위급 무역협상을 갖는다고 8일 발표했다. 랴오민 재정부 부부장이 이끄는 중국 실무협상팀은 워싱턴에서 제프리 게리시 USTR 부대표가 이끄는 미국 측 실무팀과 사전의제 조율에 들어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