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천사’ 잊지 않고 기억해줘 감사해요”

입력 2019-10-09 00:03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목사)는 지난 3일 제주 서귀포 라파의집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고 김선웅군 1주기 추모예배’를 개최했다(사진). 예배는 라파의집 정원에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생명의 나무’ 앞에서 열려 의미를 더했다.

박진탁 이사장은 설교에서 “고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이웃사랑의 명령을 몸소 실천한 의인”이라며 “생명나눔의 감동을 전한 그의 사랑과 나눔정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장상훈(모슬포교회) 원로목사는 추모사에서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동백의 생명나무를 보며 고인을 떠올려본다”고 했다.

고인은 지난해 10월 3일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무거운 손수레를 끌던 할머니를 돕다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다. 이후 장기기증으로 7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떠나 감동을 전했다.

고인이 쓰러진 그날 그가 할머니를 대신해 끌던 손수레엔 쪽파가 실려 있었다. 부모의 부담을 덜겠다고 만화카페에서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스무 살 청년의 뭉클한 사연이 전해진 뒤 애도의 물결이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운동본부는 신장이식을 기다리며 혈액투석을 하는 환자를 위해 마련된 제주 라파의집 정원에 고인의 정신을 기리는 생명의 나무를 심어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생명의 나무 앞에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고귀한 사랑을 실천하신 제주의 천사 고 김선웅님을 기리는 나무입니다’라는 문구의 표지석이 설치됐다.

고인의 아버지 김형보씨는 “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줘 감사하다”며 “선웅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찾던 제주 라파의집에서 함께 추모예배를 드릴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