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어선, 日 단속선과 충돌 후 침몰… 선원 60여명 전원 구조

입력 2019-10-08 04:04
일본 수산청의 어업단속선이 7일 동해 대화퇴 수역 인근에서 침몰한 북한 어선 선원들을 구명선 등을 통해 구조하고 있다. 일본 어업단속선과 북한 어선은 이날 오전 9시10분쯤 대화퇴 어장에서 충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한 어선과 일본 정부의 어업단속선이 7일 동해상에서 충돌해 북 어선이 완전 침몰했다. 북측 승선원 60여명은 일본 측의 구조 활동으로 전원 무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발생한 해역이 북·일 간 긴장이 고조돼 왔던 곳이라 이번 사고는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시카와현 노토반도에서 북서쪽으로 350㎞ 떨어진 먼바다에서 수산청 소속 어업단속선 ‘오쿠니’와 북한의 대형 어선이 이날 오전 9시10분쯤 충돌했다고 밝혔다. 사고로 북한 어선이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승선원들이 바다에 뛰어들었고 어선은 충돌 20여분 만인 오전 9시30분쯤 완전히 가라앉았다. 충돌에도 불구하고 어업단속선은 자력 항해가 가능해 곧바로 구조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NHK 방송은 북측 승선원 60여명이 모두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구조된 승선원들은 인근에 있던 다수의 북측 선박에 인계됐다.


일본 정부는 사고 직후 총리 관저의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해 대응에 나섰다. 일 해안보안청도 사고 현장에 순시선과 항공기를 보냈다.

사고가 발생한 해역은 ‘황금어장’으로 알려진 대화퇴(大和堆) 어장으로 평소에도 북한 어선이 자주 조업하는 수역으로 알려져 있다. 대화퇴 어장의 대부분은 한·일 공동 관리 수역으로, 수심이 얕고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지점이라 오징어와 꽁치, 연어 등이 다수 잡힌다. 어족 자원이 풍부한 대화퇴 어장을 두고 그간 북한과 일본이 아슬아슬한 신경전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양측의 충돌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북·일 양국은 지난 8월 대화퇴에서 한 차례 갈등을 빚었다. 북한의 고속정으로 추정되는 한 선박은 8월 23일 일본 수산청 어업단속선과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향해 “즉각 영해에서 퇴거하라”며 영유권을 주장했다. 당시 북한 선박은 소총으로 무장한 채 어업단속선에 30m까지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무성도 지난달 17일 당시 상황과 관련해 “8월 23일과 24일 우리의 ‘전속경제구역’(EEZ에 대한 북한식 표현)에 불법 침입한 일본의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선박들이 우리 공화국의 자위적 조치에 의하여 쫓겨났다”며 “정정당당한 주권행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교 경로를 통해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일본 측에 엄중히 주의를 환기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일본 정부도 북한의 무장 고속정 침입과 관련, 베이징 외교 채널을 통해 북한에 강력 항의했다고 밝혔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북한 외무성 발표가 나오자 대화퇴를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이날도 “사고가 난 해역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라고 강조하며 대화퇴 영유권을 주장했다. 일 수산청도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어업단속선이 충돌 전 북한 어선을 향해 주변 해역에서 나가라고 경고했다”며 “불법 조업인지 여부를 확인하며 퇴거 경고를 하던 중 북한 어선과 충돌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유엔 안보리가 2017년 핵 개발을 문제 삼아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이후부터 북한의 대화퇴 침범이 극심해졌다는 입장이다.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은 어업권까지 중국에 팔아가며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에서 자국 근해에서 조업하기 어려워진 북한 어부들이 대화퇴까지 진출해 불법 조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