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애 보장!”… 佛서 독신녀·동성커플 체외수정 허용반대 시위

입력 2019-10-08 04:06
보수 성향 유권자와 가톨릭단체 회원 수천명이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생명윤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독신 여성이나 여성 동성애자 커플에게도 체외수정(IVF) 등 난임·불임 시술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 법이 전통적인 가족 구조를 해체할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EPA연합뉴스

“모든 사람에게는 아버지가 필요하다.”

프랑스 정부가 여성 동성애자 커플과 독신 여성도 체외수정(IVF) 등 난임·불임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프랑스 전역의 보수주의자, 가톨릭단체 회원들이 6일(현지시간) 수도 파리에 모여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이들의 시가행진에서는 프랑스 국가 정신인 ‘자유·평등·박애(Fraternite)’를 ‘자유·평등·부성애(Paternite)’로 대체한 구호도 나왔다.

프랑스 정부와 집권당이 추진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안이 전통적 가치를 지지하는 이들과 시대적 변화에 맞는 규범 확립을 촉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사회적 격론을 유발시키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프랑스에서는 IVF 시술 대상을 남녀 이성커플로 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대상 범위를 독신 여성이나 동성애자 커플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으로 확대하고, 이들이 난임·불임 시술을 받을 때 공공의료보험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프랑스 하원이 지난달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고 현재 상원 의결만 남겨둔 상태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2013년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만큼 IVF 대상 확대와 의료보험 적용을 막을 근거가 없다는 판단하에 시대 변화에 따르기로 했다. 임신을 원하는 프랑스 출신 독신 여성이나 동성애자 커플이 현행법 때문에 자국에서 IVF 시술을 받을 수 없어 이웃 나라에서 회당 수천 유로(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치르고 시술을 받는 현실도 고려됐다. 개정안 추진은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시 공약이기도 했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개정안이 전통적 가족의 구조를 해체하고 아이들에게서 아버지의 존재를 빼앗아버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 40대 시위 참석자는 “우리는 아이들이 아버지 없이 태어나는 일을 막기 위해 싸울 것이다. 아이들이 실험실에서 태어나도록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AFP통신 등은 프랑스 경찰 추산 1만~2만명이 이번 집회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지방 곳곳에서 전세버스를 대절하거나 고속열차를 타고 상경해 집회에 합류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프랑스 내부에선 시대적 변화를 피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 전체 여론도 정부 쪽으로 좀 더 기울어져 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지난달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신 여성의 체외수정 시술 허용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8%에 달했다. 여성 동성애자 커플에 대한 같은 질문에도 65%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