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혁 속도전 닮은꼴 법무부·검찰, 속내는?

입력 2019-10-08 04:04

대검찰청이 7일 공개한 오후 9시 이후 심야조사 금지는 지난 1일 특수부 축소, 지난 4일 포토라인 폐지에 이은 세 번째 자체 개혁 방안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으로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뒤 사흘에 한 번꼴로 수사 관행 개선책을 내놓는 셈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간부회의에서 “국민의 시각으로 검찰 업무 전체를 점검, 과감하고 능동적으로 개혁해 나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대검은 “윤 총장 취임 이전부터 검토돼온 개혁 과제들”이라고 말하지만, 최근의 잇따른 개혁 방안 발표는 법무부와의 ‘속도전’처럼 비치기도 한다. 대검과 법무부는 이달 들어 대동소이한 내용의 검찰 개혁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한 현직 검사는 “대검에서 법무부보다 선제적으로 말씀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무부 측의 권고나 시민사회의 여론에 떠밀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보다 스스로 바꾸겠다고 말하는 것을 택한 듯하다”고 해석했다.

실제 대검의 자체 개혁 방안에는 법무부나 여론이 요구한 수준보다 조금이라도 진전된 내용을 담으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출범 직후 “검찰 특별수사 부서 축소가 필요하다”고 밝히자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등 3곳만 남기겠다”고 한 발 나아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거듭해 피의사실 공표 등 피의자 인권침해 문제를 지적하자 대검은 아예 ‘포토라인’을 포함한 검찰청 공개 출석 관행을 전면적으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심야조사 금지 방안 역시 시기를 두고 묘한 해석을 낳았다. 조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가 검찰청에 온 지 8시간 만인 오후 5시에 귀가한 것이 지난 3일이었다. 조 장관은 7일 오전 9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며 “법무부와 검찰이 조직 자체와 법조 카르텔을 위해 존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총장과 대검 간부들의 간부회의는 조 장관 발언이 전해진 직후인 오전 9시30분 시작됐고, 대검은 회의 후 “인권부에서 심야조사와 관련한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알렸다.

조 장관과 윤 총장의 개혁에 대한 태도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빨리 한다’는 닮은꼴이다. 다만 두 개혁 주체의 속내는 다를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대검의 잇따른 개혁 방안 발표는 촛불 여론을 위시한 ‘조 장관 수사 흔들기’에 맞서는 고육책도 된다는 것이다. 한 현직 검사는 “심야조사나 포토라인 문제는 내부에서도 지적이 많았던 것”이라면서도 “진행 중인 수사에 흠 잡히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이경원 박상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