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잔칫날 신랑 빠져 마음이 허전”… 역할 아쉬운 이해찬

입력 2019-10-08 04:05
정의당 심상정·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문희상 국회의장, 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왼쪽부터)가 7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월례 오찬 모임 ‘초월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초월회가 정쟁을 위한 성토장이 됐다”며 불참했다. 김지훈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의 월례 오찬 모임인 초월회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파를 초월해 정치 현안을 논의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모임에 여당 대표가 빠진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로 진영 갈등이 깊어지고 있지만, 집권여당의 수장이 해법을 모색하기는커녕 협소한 정치로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7일 초월회가 열리기 약 2시간 전 갑자기 불참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민주당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초월회가 민생을 도모하는 장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어 태풍 피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국민의 마음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초월회에 들고 나올 야당 대표들의 메시지가 정해져 있지 않느냐”며 “제대로 된 정책 협의도 없고 운영 방식에 회의감을 느낀 이 대표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초월회 참석자 중 정의당을 제외한 야 3당 대표들이 조 장관에 대해 부정적이고, 문 의장도 보수·진보 양 진영의 대규모 장외집회를 통한 세 대결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참석하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은 지난 4일 “정치 지도자라는 분들이 집회에 몇 명이나 나왔는지 숫자놀음에 빠져 나라가 반쪽이 나도 관계없다는 것이냐”며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 촛불집회에 대해 “장소만 서초동일 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한 2016년 촛불집회를 연상시키는 규모와 시민의식이 아닐 수 없다”고 치켜세웠다.

문 의장은 초월회 모두발언에서 “잔칫날 주례하고 신부를 맞는데 신랑이 빠진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하다”고 이 대표의 불참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지난 며칠 참담한 마음으로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두 개의 대한민국을 목도했다”며 “이대로면 대의민주주의가 죽는다. 국민의 뜻은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에 모두 전달됐으니 이제는 국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문 의장의 비유를 받아 “신부가 한마디 하겠다. 조국 한 사람을 지키겠다고 정권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그 바람에 온 나라가 최악의 분열과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두 달 넘게 모든 이슈를 흡수하고 있는 ‘조국 블랙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이제는 정치권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광장의 정치, 거리의 정치는 국민과 민생을 위해 그만하고 모든 문제를 국회로 가져와야 한다.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충분한 대화를 갖고 정치적 결단으로 풀어줘야 한다”며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도 문 의장을 찾아가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입법부 수장으로서 어른 같은 행보를 보여 달라”고 중재 역할을 요청했다.

초월회에 나온 대표들은 ‘정치협상회의’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이 회의체는 이 대표가 지난달 2일 초월회에서 먼저 제안한 것이다. 사법 개혁과 정치 개혁을 주요 의제로 하되 다른 정치 현안도 논의 대상이다. 기본 참석자는 5당 대표이며, 정책위의장 등이 추가될 수 있다. 첫 회의는 이번 주에 열릴 예정이다.

이가현 신재희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