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인권 보호’를 위해 피의자와 참고인 등 사건 관계자 조사 시간을 밤 9시로 제한하기로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검찰 소환조사를 계기로 검찰의 수사 관행이 대폭 바뀌는 셈이 됐다.
대검찰청은 7일 “사건 관계인 인권 보장을 위해 심야조사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검찰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앞으로 오후 9시 이후 조사는 피조사자, 변호인의 서면 요청이 있거나 공소시효·체포시한이 임박한 경우 등 각 검찰청의 인권보호관이 허가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조서 열람은 조사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행 ‘인권보호 수사준칙’에서도 사건 관계인 조사는 밤 12시까지만 허용된다. 피조사자 측이 동의한 경우, 공소시효·체포시한 임박 등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인권조사관의 허가를 받아 심야조사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단순 ‘동의’에서 ‘서면 요청’으로 예외규정을 강화하고, 제한 시간은 3시간 앞당겼다. 통상 오전 9시 조사가 시작되는 점을 고려해 점심·휴식시간을 뺀 실질적인 조사 시간을 8시간 정도로 단축하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조치는 같은 날 검찰총장 지시 형태로 일선청에 전달됐다. 대검 관계자는 “심야조사는 검찰의 관행이라 관련 수사준칙을 개정하지 않고 바로 시행할 수 있다”며 “검찰에서 수사 관행이 개선되면 준칙도 그에 맞춰 개선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심야조사는 인권침해 소지가 많아 꾸준히 개선이 요구된 관행이다. 피조사자가 체력적·심리적으로 위축돼 제대로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수사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검찰 내 항변도 많았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를 귀가시킬 경우 수사 정보가 누출되고 사건 관계인들이 그를 토대로 말을 맞추는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개혁 방안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임은 맞지만 일부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조사 시간이 줄어들면 전체적인 조사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검찰 조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혁안 역시 조 장관 관련 수사가 계기가 됐다는 시각도 많다. 한 변호사는 “결국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조사부터 ‘리딩 케이스’가 될 텐데, 지난번 적폐 수사 때는 입도 뻥긋 안 하다가 왜 이 시점에 이 모든 걸 다 하겠다는 건지 의구심이 생기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도 “검찰로서는 충분히 내놓을 수 있는 개혁 카드지만, 이미 수십년 전부터 문제가 된 만큼 ‘왜 하필 지금’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