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만 쳐다보는 사이… 지방은 ‘악화일로’

입력 2019-10-08 04:06

서울과 수도권에 치우친 부동산정책 아래 지방 부동산시장 리스크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기 불황까지 겹쳐 주택경기 악화가 금융리스크로 옮겨갈 경우 2007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경제위기가 도래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선제적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역 부동산시장 리스크 진단 세미나’ 개최를 하루 앞둔 7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서울·수도권에 편중된 정책적 관심 아래 수도권 내에서조차 오산, 평택, 안산 등 외곽 부동산시장이 전국 평균 수준보다 더 어려운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도권 외 지방은 지역경기 어려움과 주택경기 악화가 금융리스크로 전이(연체율 상승, PF 부실 등)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선 경기·인천 부동산시장이 2017년 이후 외곽부터 성장이 둔화돼 2018년 말부터 하락장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수도권 내 편차 역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평택시(-7.6%) 오산시(-6.1%) 안성시(-5.5%) 안산시(-3.8%) 등은 지방보다도 주택가격 하락폭이 큰 편에 속했다. 경기도 내 8600여 가구 미분양 주택 중 43.7%에 달하는 3700여 가구가 평택·안성 두 지역에 집중돼 있어 지역경제 기반 약화와 서울 접근성이 일종의 ‘트리거’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수도권 주택가격 양상은 서울로의 대중교통 접근성과 뚜렷한 선형 관계가 있어 광역교통망 여건이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외 지방 주택시장 리스크도 해당 지역의 고통에 비해 일반 대중의 인지 정도는 미약한 편이다. 실제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 경북·경남·충북은 최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고 울산·충남·강원·부산 등도 10% 이상 하락했다. 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충북·경북·충남·경남은 40개월 이상, 제주·울산·부산·강원·전북은 20개월 이상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 건산연은 특히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리스크가 가장 크다고 지목했다. 수도권 다음으로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리스크가 해소될 가능성이 낮은 편인 데다 연체율도 전국 최고 수준으로 집계됐다. 경남 신규 시장을 중심으로 주택리스크에 따른 금융리스크 전이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관측된다.

허윤경 건산연 주택도시연구실장은 “지방의 어려움을 제대로 인식하고 주택경기 악화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금융리스크로 전이되기 전에 미분양 관리지역에 대해서는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HUG의 보증건수 제한 완화 등 리스크 분담 가능성을 열어주는 신속한 정부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