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동향조사의 잦은 개편으로 ‘소비 분석’에 차질이 생겼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가 이를 인정했다. 가계의 소득과 지출을 조사하는 표본·시기 등이 달라 현황 파악에 한계가 있음을 확인했다.
7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현재로서는 계층별 소비 현황을 간접적으로 추론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은이 어려움을 토로한 배경엔 가계동향조사 개편이 있다(국민일보 9월 23일자 16면 참조).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는 2016년까지 한 가구의 소득과 지출을 함께 조사했다. 한 가구가 특정 기간에 얼마를 벌고, 얼마를 썼는지 가계 수지 파악이 가능했다. 통계청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조사를 소득·지출 별도 조사로 바꿨다. 소득은 경제활동인구조사의 다목적 표본을 이용해 분기별로 공표됐고, 지출은 전용 표본을 활용해 연간으로 발표됐다. 소득과 지출이 서로 다른 표본·시기를 바탕으로 삼은 것이다.
심지어 연간 단위로 발표되는 지출의 경우 소비는 올해, 소득은 직전 연도가 적용된다. 한 가구의 같은 시기 소득·지출을 연결해서 분석할 수 없게 된 것이다. 2017년을 기점으로 같은 표본이 과거에 어떤 소득과 지출 형태를 보였는지 ‘시계열’을 연결하는 작업도 불가능해졌다.
가계동향조사는 내년에 또 바뀐다. 소득과 지출 조사가 다시 합쳐져 2019~2020년 결과를 새로 발표한다. 다만 통합조사가 부활해도 끊긴 시계열 복구는 어렵다. 올해부터 시작된 통합조사는 2016년 이전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다목적 표본과는 다른 전용 표본을 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소득계층별 소비 현황은 가계동향조사 및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으나, 두 통계는 일정 시차를 두고 공표돼 소득계층별 소비 현황을 시의성 있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또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통계청도 추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통계 개편에 따라 과거 시계열과의 단절이 발생한 측면이 있다. 시계열 안정화 방안 연구를 통해 단절 우려를 일부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기관 모두 소비 분석의 ‘시계열 단절’이 불가피하고, 내년부터 새 통계가 시작돼야 제대로 된 분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디플레이션(deflation·물가가 하락하고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우려’까지 나오고 있지만, 계층별 소비 형태를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진단하는 일이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통계청은 내년부터 가계동향조사에 소득계층별 지출 통계를 공표할 예정이다. 가계의 소득·지출을 두고 다양한 종합 분석이 가능해진다. 추 의원은 “국가 통계는 정책수립의 중요한 기초”라면서 “통계 개편은 시계열의 연속성 등을 감안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