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닫혀있는 정부 개방형 직위… 고위직 60%가 공무원 출신

입력 2019-10-08 04:09

최근 5년 동안 정부가 ‘개방형 직위’로 채용한 고위공무원단(1, 2급 공무원) 10자리 중 6개를 전현직 공무원 출신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3, 4급을 포함한 전체 개방형 직위에서도 반 이상이 공무원 출신으로, 민간 전문가를 채용하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방형 직위는 정부가 내외부 전문가를 채용해 폐쇄적 공직문화를 개선하겠다며 1999년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무원 출신 선호 경향이 뚜렷해 개방 시늉만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7일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정부 부처별 5개년 개방형 직위 전수 자료에 따르면 5년 합산 개방형 직위 1629자리 가운데 912개(56%)를 공무원 출신이 차지했다. 그나마 최근 5년 동안 서서히 낮아진 수치가 이 정도다.

2014년에는 전체 개방형 직위 288개 가운데 224개(78%)가 공무원 출신에게 돌아갔다. 2016년이 돼서야 공무원 출신 비율(48%)이 50% 이하로 처음 내려왔다. 단 개방형 직위는 임기가 있기 때문에 5개년 자리 합산 수치가 곧 채용 인원 수는 아니다.

5년 합산 개방형 직위가 10자리 이상이었던 부처 가운데 공무원 출신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기획재정부(89%)였다. 산림청(83%)과 외교부(82%)가 뒤를 이었다. 10자리 이하인 부처를 포함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개방형 직위 5자리를 모두 공무원 출신으로 채웠다.

공무원 출신 쏠림 현상은 고위공무원단에서 더 두드러졌다. 5년간 고위공무원단 개방형 직위 721자리 중 434개(60%)를 공무원 출신이 점유했다. 민간 몫은 287자리(40%)에 그쳤다. 2014년에는 143자리 중 110개(77%)가 공무원 출신 차지였다.

그나마 과장급에선 민간 개방 비율이 약간 높았다. 전체 합산 908자리 가운데 478개(53%)가 공무원 출신이었다. 개방형 직위는 과장급 미만은 뽑지 않는다.

공무원 출신 비율이 개방형 직위의 반을 웃도는 수치마저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인사처는 민간 개방 진척이 더디자 2015년부터는 아예 민간만 뽑는 ‘경력 개방형 직위’ 자리를 따로 만들었다.

하지만 공무원과 민간인 출신이 경쟁하는 기존 개방형 직위 체제에선 여전히 공무원 출신이 크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처는 경력 개방형 직위를 뺀 일반 개방형 직위만의 현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제도가 부처 내 ‘회전문 인사’로 악용될 여지도 크다. 정부 부처에서 개방형 직위로 채용한 공무원 출신 중 내부 직원 비율은 약 80%에 이른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