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목회현장, 패배주의에 짓눌려… 10년 뒤 미래 진단하고 대비책 서둘러야”

입력 2019-10-08 00:03
김두현 21C목회연구소장이 7일 경기도 광주 연구소에서 자신이 저술한 처치플랜팅 관련 서적 300여권을 소개하고 있다.

김두현 21C목회연구소장은 20년째 한국교회의 미래 목회 방향성을 제시하는 전략가다. ‘목회자를 훈련시키는 목회자’인 셈이다. 교계에 다양한 목회연구소가 있었지만, 수명이 짧았던 것은 지속가능한 목회 트렌드를 제시하지 못하고 단순 컨설팅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이론을 제시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

김 소장은 침례신학대를 졸업하고 서울 서초중앙교회와 주님의교회를 개척했다. 영국 유학을 떠나 엑스터대에서 교육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1999년부터 미래목회 세미나를 열고 지금까지 1만회 이상 강의를 진행했다.

경기도 광주 연구소에서 7일 만난 김 소장은 “한국교회 목회현장에는 패배주의, 자괴감이 깊게 깔려 있고 ‘교회는 안 된다’는 묵직한 어둠의 영이 짓누르고 있다”면서 “목회 피로지수가 높은 상황에서 교회에 밀려오는 영적 도전을 이겨낼 에너지마저 공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그렇다 보니 기독 출판계에 나오는 책이 대부분 설교집 중심인 데다 그나마 나오는 신간도 인문학, 사변적 철학, 세속주의를 이야기한다”면서 “순수 복음, 종교개혁의 정신을 잃고 개인주의 지성주의 혼합주의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이 우려하는 것은 10년 뒤 한국교회의 모습이었다. 그는 “각 교단의 세례교인 수를 집계하면 1년에 30만명씩 성도가 줄어든다”면서 “이런 추세로 가다간 2025년 현재의 출석 성도가 반 토막 난다”고 우려했다.

김 소장이 20년 전부터 외쳐온 해답은 처치플랜팅(church planting), 즉 영향력 있는 도시의 중심부로 들어가 건강한 교회를 세우는 것이다. 그는 “2000년 이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인천 세종 등의 거점 도시에 1만명 이상의 교회가 세워진 적이 없다”면서 “5만5000여개의 한국교회에는 1만명 이상의 교회가 생기지 않았지만 36만개의 미국교회에선 나타나고 있다. 그 비결은 상위 2%가 전체 교회의 울타리가 돼 보호자 역할을 하고 성경적 처치플랜팅 사역에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교회의 목적은 간단하다. 세계 곳곳에 하나님 나라 공동체를 확장하는 것, 즉 복음적인 교회를 출생하는 것”이라면서 “이처럼 교회를 끊임없이 세우는 운동, 증식 운동이야말로 교회의 최종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21C목회연구소가 장시간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해외교회 연구와 임상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매주 미국에서 발간되는 교회 관련 신간 서적을 받아 탐독하고 유명 목회 사이트의 콘텐츠를 매일 점검한다”면서 “연구소를 찾는 500여 교회 목회자들에게 목회 원리를 제시해 피드백을 받으며 목회현장의 적용 가능성을 점검했던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21C목회연구소는 한국교회 미래를 진단하고 성경적 목회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10일 경기도 용인 새에덴교회(소강석 목사)에서 ‘2020 목회계획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김 소장은 “2030년까지 미래 10년은 쇠퇴해가는 한국교회에 하나님이 주신 마지막 기회”라면서 “세계 교회의 추세를 살피고 10년 뒤 한국교회의 미래를 진단하고 대비책까지 마련하고 싶다면 함께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소장과 소강석 목사가 강사로 나서며 선착순 1000명만 신청을 받는다. 참가비는 2만원.

광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