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서초동 촛불집회에 마음 가 있는 듯… 조국 장관 사퇴가 전제되지 않으면 검찰 개혁은 어려울 것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조국 법무부 장관 문제를 놓고 국론이 분열돼 있는 상황인데도 대통령이 입을 닫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내놓지도 않았고 국민들의 인식과 동떨어진 듯한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직접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 행위로서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들이 조 장관 한 사람 때문에 둘로 쪼개져 있는 상황인데도 국론 분열이 아니라며 오히려 긍정 평가한 것이다. 진영 싸움이 격화되고 국론이 분열된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사태가 공정성 문제와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조 장관 문제에서 비롯됐고 여권이 이를 방치한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이제 문제를 절차에 따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주시기 바란다”며 제3자처럼 관조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조 장관을 사퇴시켰으면 진작에 끝났을 일이다.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조 장관 사퇴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하는 검찰 개혁은 조 장관 수호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 관련법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당부하는 한편 법무부와 검찰이 한 몸이 돼 검찰 개혁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 조 장관 거취가 이번 갈등의 핵심인데도 문 대통령은 핵심을 비켜가는 듯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사실 문 대통령의 마음은 서초동 집회에 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지층만 바라보고 갈 생각인가.
리얼미터-YTN 여론조사에서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44.4%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52.3%로 취임 후 최고치다. 문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고개를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의 정례 오찬 모임인 초월회에 불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집권 여당 대표가 여야 대립을 해소할 생각을 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겠다는 태도로 비친다. 서초동 집회에 고무된 나머지 야당은 물론 반대 여론을 무시하고 가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하지만 서초동 집회만 민심이고 광화문 집회는 민심이 아닌가. 검찰 개혁도 민심이고 조 장관 사퇴도 민심이다.
[사설] 나라 둘로 쪼개졌는데 국론 분열 아니라니
입력 2019-10-08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