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트럼프와 직거래 원해… 애초 실무협상 관심 없었다”

입력 2019-10-08 04:04
북측 대표로 나선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북·미 대화가 시계제로 상황에 빠졌다. 미국 언론의 전망도 엇갈린다.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는 것은 북한의 고정 레퍼토리라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지만 북한이 결렬을 이유로 무기 실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북·미 실무협상 결렬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외교술의 위험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거래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실무협상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밴 잭슨 뉴질랜드 빅토리아대학 교수는 WP에 “북한의 관점에서는 북·미 실무협상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 관료 출신인 잭슨 교수는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원하면서 실무협상을 보이콧할 수 있다”며 “북한이 무기 실험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실무협상에 나선 이유가 가시적 성과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에서 두 정상이 실무협상 재개를 약속했던 만큼 이를 형식적으로라도 지키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북한이 이번 실무협상 성과에 큰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북한이 지나친 기대를 갖고 협상장에 나왔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채드 오캐럴 코리아리스크그룹 대표는 WP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장거리미사일과 핵실험에 대한 공포를 야기하면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다음 행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은 미국의 정책이나 고위관리들에게 반응할 때 국영 매체를 통해 종종 과장된 주장을 펼친다”면서 “협상장에서 갑작스럽게 철수한 것이 오랫동안 외교를 중단하겠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에 2주 이내에 다시 만나자는 제안을 한 것은 득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랜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수 킴은 WSJ에 “미국이 합의에 대해 너무 열성적인 것으로 보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판돈을 올리는 수법을 쓸 것이라는 우려다.

실무협상이 결렬되면서 비핵화 합의 도출은 더 험난해졌다. 지금처럼 실무협상에서 진전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하노이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북한이 더 많은 무기 실험으로 신경전을 펼칠 경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