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 3사, 유료방송 시장 80% 장악하나

입력 2019-10-07 22:15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케이블TV 사업자인 티브로드, CJ헬로와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얻어내면서 향후 유료방송 시장 구도가 이동통신사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SK텔레콤의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에 관한 심사 보고서를 SK텔레콤 등에 전달했다. 보고서에는 유료방송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조건부 승인’ 항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CJ헬로비전(현 CJ헬로) M&A 과정에서 공정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SK텔레콤이 3년 만에 케이블TV 사업자 인수를 눈앞에 둔 것이다. SK텔레콤이 예정대로 티브로드를 인수할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서 가입자 약 777만명으로 점유율 23.9%를 차지하게 된다. 현재 1위 사업자인 KT(IPTV)와 KT스카이라이프의 합산 점유율 31.1%와 격차도 크게 줄어든다. 지난달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받은 LG유플러스도 CJ헬로 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점유율이 24.5%로 뛰어오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최종 승인이 나오면 유료방송업계는 이통사 ‘3강’ 구도로 재편된다. 3사 점유율이 유료방송 시장의 80%에 육박하게 되면서 통신 시장 지배력이 유선상품 시장에도 전이돼 ‘가입자 고착화’가 현실화되고, 요금 인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과 IPTV를 결합 판매하기 시작한 2010년 당시 SK텔레콤의 초고속인터넷 재판매 점유율은 2.3%였지만 지난 8월에는 13.7%로 급증했다.

공정위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SK텔레콤에 ‘교차판매 금지’ 등을 결합 승인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교차판매가 금지될 경우 티브로드가 가진 17개 유료방송 권역에서 SK브로드밴드는 IPTV, 티브로드는 케이블TV 상품만 판매해야 한다. 이 경우 합병 후에도 3년여간 판매 영업을 따로 해야 해 결합 상품을 통한 요금 인하 혜택을 소비자가 받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