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절차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미·중 무역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중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빅딜’ 요구를 거부하고 ‘스몰딜’을 주장하는 쪽으로 협상 전략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조사로 정치적 타격을 입으면서 자신들의 협상력이 높아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고위 관리들은 최근 베이징에서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나 미·중 무역협상 의제 범위를 크게 좁히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 측 협상단을 이끄는 류허 중국 부총리는 정부의 산업보조금 지급 등 자국 산업정책 개혁 공약을 뺀 합의안을 미국 측에 제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류 부총리는 오는 10~11일 워싱턴을 방문해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조금 지급 철폐 등 중국이 자국 산업 육성 정책을 개혁하지 않으면 합의를 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차별을 받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제 기술이전 금지, 보조금 철폐,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협상 목표로 설정했다. 실제로 미·중은 지난 5월 협상이 결렬되기 전까지 이들 사안을 의제로 삼아 논의해왔다.
중국이 협상 전략을 바꾼 데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 정부도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부패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해 논란을 더욱 키운 바 있다.
중국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조사로 궁지에 몰리면서 무역협상을 보다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정치 전문가 주드 블란쳇은 “중국 지도부는 탄핵 논의가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그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고 본다”며 “재선 승리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많은 부분을 양보해주는 합의안에 동의해줄 수도 있다는 게 중국 지도부의 셈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포괄적 합의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굽히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중국과 좋은 때도 있었고 나쁜 때도 있었다. 지금 우리는 합의를 도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단계에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어려운 협상을 하고 있다. 100% 이익이 되는 합의가 아니라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