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 준 의료진과 간호사들은 평생 저와 가족에게 감사와 감동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지구 반대편 남미의 칠레에서 한국을 찾아 고난도 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알베르토 링겔링(62)씨는 10일 귀국을 앞두고 새 삶을 선사해 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말기 간경화와 진행성 간암이었던 링겔링씨는 치료가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좌절했었다. 7개월 전 마지막 희망을 품고 낯선 한국땅을 밟았을 때만 해도 다시 가족 얼굴을 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던 그는 그러나 서울아산병원에서 두 딸로부터 각각 간 일부를 받는 ‘2대1 생체 간이식’에 성공해 다시 웃음을 찾게 됐다.
토목 기사인 링겔링씨는 지난해 9월 극심한 피로와 황달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말기 간경화와 간암 판정을 받았다. 요양병원에서 삶을 정리하도록 안내받았지만 아산병원 연수경험이 있던 칠레 현지 의사의 추천으로 우여곡절 끝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병원 의료진은 링겔링씨의 상태를 살펴봤다. 하지만 통상적인 ‘1대1 생체 간이식’으로는 그에게 줄 수 있는 간의 크기가 너무 작아 수술이 불가능했다. 의료진은 유일한 방법은 2명으로부터 각각 간 일부를 제공받아 시행하는 2대1 생체 간이식뿐이라고 판단했다.
2대1 생체 간이식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은 링겔링씨와 가족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한국행을 결심했고 지난 3월 25일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혈액형이나 조직 적합성이 가장 잘 맞는 사람은 첫째 딸(34)과 막내 딸(23)로 확인됐다. 지난 4월 8일 의료진은 첫째 딸의 왼쪽 간과 막내 딸의 오른쪽 간 일부를 떼내 링겔링씨의 간에 옮겨심는데 성공했다.
전 세계에서 2대1 생체 간이식 수술의 95% 이상이 아산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 방식은 2000년 3월 이 병원 이승규 석좌교수가 세계 최초로 고안했으며 500례 이상 이식 기록을 갖고 있다.
이승규 아산병원 석좌교수는 “2대1 생체 간이식을 받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 가까운 미국을 가지않고 한국을 찾아온 것은 우리나라 장기이식 수준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