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초반에 통타당해 기가 죽을 법도 했지만 괴물은 흔들리지 않았다. LA 다저스 류현진(32)이 올 포스트시즌 첫 선발에서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승리를 거두며 팀 반등의 기반을 다졌다.
류현진은 7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메이저리그 5전3승제 내셔널리그(NL) 디비전시리즈(DS) 3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홈런 하나를 포함해 안타 4개와 볼넷 2개를 내주고 2실점했으나 타선의 폭발에 힘입어 승리투수가 됐다.
두 팀이 시리즈 전적 1-1로 동률을 이뤘기에 3차전 선발로 나서는 류현진의 어깨는 무거웠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류현진은 1회말 1사 후 애덤 이튼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 볼넷을 내줬다. 후속타자 앤서니 랜던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 한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4번 후안 소토에게 던진 높은 직구가 중앙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7m 대형홈런으로 연결돼 2점을 먼저 내줬다.
류현진은 이후에도 4회말 무사 1, 2루, 5회말 2사 1, 2루 위기를 맞는 등 다소 고전했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특유의 맞춰 잡는 투구로 스스로 이를 헤쳐 나갔다. 4회에는 무사 1, 2루 이후 하위 켄드릭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커트 스즈키를 3루 병살타로 유도했다. 5회에도 누상에 주자가 나간 뒤 외야 직선타로 고비를 넘겼다. 다저스는 5회초 맥스 먼시의 솔로홈런으로 드디어 첫 득점에 성공했다.
시합 중반까지만 해도 경기는 선취득점에 성공한 워싱턴의 분위기로 흘러갔다. 맥스 슈어저의 2차전 계투 등판 탓에 대신 3차전 선발로 나선 아니발 산체스는 4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잡는 역투를 펼쳤다. 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꼽히는 강타자인 코디 벨린저는 산체스와의 두 타석에서 삼진과 우익수 뜬공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경기는 산체스가 또 다른 선발 요원인 패트릭 코빈과 교체된 6회초 뒤집혔다. 선두 벨린저가 드디어 우전안타를 치고 출루에 성공했다. 이어 두 명이 삼진아웃됐지만 데이빗 프리즈가 우전안타를 치며 2사 1, 3루가 됐다.
승리의 물꼬는 포수 러셀 마틴이 뚫었다. 류현진의 단짝으로 이날 주전인 윌 스미스 대신 마스크를 썼던 마틴은 코빈의 5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3-2로 역전하는 좌월 2루타를 날렸다. 한번 불붙은 다저스 타선은 저스틴 터너가 바뀐 투수 원더 수에로에게 3점 홈런을 치는 등 대폭발해 6회초 2아웃 이후에만 7득점에 성공했다. 마틴은 9회초에도 좌월 투런 홈런을 날리며 류현진의 승리 도우미 역할을 100% 완수했다.
다저스는 10대 4로 이기고 2승(1패)째를 가져가며 NL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1승만을 남겨뒀다. 류현진은 경기 뒤 “초반 기선제압이 중요했는데 홈런을 허용한 뒤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다음 경기에서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74구만 던진 만큼 “5차전에서 불펜 등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NL DS 3차전은 애틀랜타가 3대 1로 이겨 2승(1패)으로 앞서 나갔다. 애틀랜타는 0-1으로 뒤진 9회초 2사 상황에서 3득점에 성공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애틀랜타는 1승만 더하면 2001년 이후 18년 만에 챔피언십시리즈 무대를 밟는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