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반정부 시위 격화… 99명 사망

입력 2019-10-07 04:01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5일(현지시간) 열린 반정부 시위에 나섰던 한 참가자가 이라크 국기를 든 채 쓰러져 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 1일부터 만성적인 민생고 해결과 부패 척결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 인권단체 독립인권고등위원회는 정부의 강경 진압 탓에 99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4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중동의 화약고’ 이라크가 다시 혼돈에 빠지고 있다. 닷새째 이어지고 있는 격렬한 반(反)정부 시위에 사망자 수만 100명에 육박하고 부상자 수도 4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IS)가 2017년 패퇴를 선언하고 이라크에서 물러난 이래 가장 심각한 소요사태다.

영국 BBC방송은 6일(현지시간) 이라크 의회의 인권위원회를 인용해 집계된 사망자가 99명, 부상자는 4000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남부 시아파 거주지역에서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3일 바그다드 및 남부 주요 도시에서 통행금지가 선포될 정도로 격화됐다. 이라크 치안 당국이 실탄을 발포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사태는 더 악화되는 모양새다. 전날 바그다드 동부에서 열린 대중집회에서는 당국의 실탄 발사로 14명이 숨졌다. 혼란을 부추기려는 목적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의 정체불명 저격까지 이어지면서 사상자가 늘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소요 발생 후 통행금지 및 인터넷 차단 조치를 취했지만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소유의 알아라비야 방송국 등 몇몇 방송국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고, 남부 도시 나시리야에서는 정당의 당사 6곳이 불탔다. 뚜렷한 주도 세력은 없지만 민생고를 참지 못한 시민들과 청년층의 분노가 이라크를 통째로 삼키고 있는 것이다. 시위대는 기득권층의 부패, 만성적 실업과 식량난, 공공서비스 파탄 등에 불만을 쏟아내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BBC는 지난해 이라크 실업률이 7.8%였지만 청년실업률은 그 2배에 달하며, 경제활동인구의 17%가 사실상 실업 상태라고 전했다. 세계은행(WB)은 4000만 인구의 22.5%는 하루 평균 1.9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꾸려간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제닌 헤니스 플라스하르트 유엔 이라크 특사는 “닷새간 이어진 살상은 중단돼야 하며 책임자들에게는 법의 심판이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