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탈당 앞서 본격 세 규합… 안철수 “美서 연구 활동 계속”

입력 2019-10-07 04:03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청년 조직과 유 의원 측근 지상욱(오른쪽)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당내 반(反)손학규 모임을 이끌고 있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원외 인사들과 잇따라 접촉하며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다. 당권파에 맞서 손을 맞잡은 안철수계와 바른정당계가 탈당에 앞서 본격적인 세력 규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바른미래당 창당 주역으로 유 의원에게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됐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미국행 계획을 밝히며 조기 정계복귀설을 일축했다.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인 유 의원은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청년 당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대로는 도저히 희망이 없다. 우리가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결정하자는 차원에서 변혁을 시작했다”며 “백지 상태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변혁 소속인 오신환·하태경·지상욱·유의동·신용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유력 정치인들과 원로들, 우리 당 밖의 분들에게 앞으로 갈 길에 대해 듣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선택하는 데 있어) 너무 시간을 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비공개 토론회에서도 “변혁 활동기간은 짧게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혁이 신당 창당을 위한 과도기적 모임 성격을 띠는 만큼 바른미래당의 분당 시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변혁 출범 1주일 만에 ‘유-안 체제’의 구심력은 급속도로 강해지는 모양새다. 유 의원은 지난 4일 비당권파 소속 전현직 지역위원장과 간담회를 했다. 전체 120명의 지역위원장 중 80여명이 참석해 변혁 지지 의사를 밝히는 등 세를 과시했다. 이종철 대변인을 비롯해 일부 당직자들도 지도부를 비판하며 줄줄이 사퇴했다. 손학규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해 당권파로 분류되는 문병호 최고위원은 당 공식 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채 거취를 고민 중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마라톤대회에서 완주 메달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독일에 머물러 온 안 전 대표는 유 의원의 동참 요청에도 유학생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은 그간 바른미래당의 창당 정신을 되살리겠다며 안 전 대표와 직간접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말해 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트위터 글에서 “독일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 법대의 ‘법,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유럽에서는 치열한 미래 대비 혁신 현장을 다니며 우리의 미래와 먹거리를 고민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법, 제도적 개선과 적용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공개한 출판 계획이 정계복귀로 연결되는 것을 의식한 듯 “이번에 출간된 책은 독일을 떠나면서 그동안의 삶에 대해 정리하는 의미로 썼다. 미국에서도 대학 연구와 미세먼지 프로젝트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당장의 귀국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힌 데는 국내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안 전 의원이 당분간 국내 정치에 복귀하긴 쉽지 않겠지만 정치를 하려고 뜻을 세운 분이다. 마땅히 힘을 보태주시리라 본다”고 말했다. 김철근 변혁 대변인은 “유 의원이 간담회에서 ‘필요하다면 (안 전 의원을 만나러) 미국이 아니라 우주라도 갈 수 있다’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