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조국 관련 국민 목소리 ‘아전인수’ 이용… 상대엔 ‘내로남불’ 비난

입력 2019-10-07 04:09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5일 집회 차량을 가운데에 두고 위쪽에선 조국 법무부 장관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우리가 조국이다’ 등의 문구가 적힌 노란색 플래카드를 흔들고 있다. 아래쪽에는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모여 있다. 한국 사회는 조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 8월 9일 이후 두 달 가까이 양분돼 있다. 각계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현규 기자

여야가 서울 서초동·광화문 집회를 각자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광화문 집회를 ‘내란 선동’으로, 자유한국당은 서초동 집회를 ‘관제 집회’로 명명했다. 여야가 듣고 싶은 국민 목소리에만 기대어 상대 탓을 하느라 본연의 역할은 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진행된 검찰 개혁 촛불집회가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보수 진영의 광화문 집회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6일 논평에서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공감하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광장 민주주의의 부활”이라며 “검찰 개혁 촛불집회가 특정한 진영을 대표한다고 하는 협애한 관점에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야당과의 ‘세 대결’ 양상으로 가는 것을 경계해 이번 집회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광화문 집회를 ‘군중 동원 집회’라고 규정하며 서초동 집회와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동원 집회, 폭력 집회를 했다면 서초동 집회는 자발적이고 순수한 집회를 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광화문 집회를 한국당과 기독교계 일부 세력이 주도한 폭력 집회, 동원 집회로 규정했다. 이런 이유로 이해식 대변인 명의로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를 내란선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앞서 김한정 의원은 지난 4일 경찰청 국정감사장에서 경찰청장에게 전 목사 등을 수사해 달라며 고발장을 전달했다.

한국당은 서초동 집회를 관제 집회라고 칭하며 맞받았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그리고 집권 여당이 앞장선 사실상의 관제 집회”라며 “검찰이 받았을 압박을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대통령, 집권 여당, 여기에 호응하는 검찰청 앞 좌파 단체들의 촛불집회에 이르기까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또 여권이 집회 참가자 수를 여전히 부풀리고 있다고 공격했다. 서초구청장 출신이자 서초을을 지역구로 둔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검찰청 앞 시위 참가자는 페르미 기법 적용 시 약 13만7000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상대 진영의 집회를 비판하는 동안 국회 안에서 추진할 수 있는 검찰 개혁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과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을 규명할 국정조사, 탄핵안 논의 등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장외 목소리에만 기대며 저 할 일을 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은 조 장관 탄핵안을 언급하면서도 실행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속해서 (탄핵안 제출을) 논의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은 추진하기 어렵다”며 “당장은 국정감사를 할 수밖에 없고, 대안정치연대가 의결정족수 확보의 열쇠를 쥐고 있는데 검찰 수사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조국 사태 장기화가 내년 총선에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에 국회 대응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한국당에선 조국 사태를 호재로 여긴다”며 “내부 단합을 도모할 수 있어 현 정국을 총선까지 끌고 가려 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용현 신재희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