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역 메운 인파 “정치검찰 물러나라”… 인원수 공개 안해

입력 2019-10-07 04:02
서울 서초역 일대에서 5일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비난하며 대형태극기를 들어 올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집회 때 “2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한 집회 주최 측은 이번 집회 참가 인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현규 기자

서울 서초동 일대에서 지난 5일 열린 검찰 개혁 촛불집회에 또다시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이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정치검찰 물러나라”고 비판했다. 주최 측은 지난달 28일 집회 때 “2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이번 집회 참가 인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서초역 중심으로 교차하는 반포대로와 서초대로의 각각 1.1㎞, 1.2㎞ 구간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정치검찰 아웃”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설치하라”고 외쳤다. 본 집회는 오후 6시였지만 이들은 오전부터 모여 ‘우리가 조국이다’ ‘조국수호 검찰개혁’ 등 문구가 적힌 노란색 플래카드와 풍선을 흔들었다. 주최 측인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검찰은 조 장관 가족에 대해 무차별적인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며 “조 장관 일가의 천부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번에는 참가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시민연대는 “숫자(집회 인원 수)는 무의미하므로 공식 발표하지 않겠다”며 “다만 지난 집회보다 많이 온 건 확실하다”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또 이번 집회 도중 나온 “300만명이 모였다”는 발언에 대해선 “사회자가 잠깐 흥분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했다. 추산 인원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지난 집회 때 200만명이라고 발표했더니 언론 등에서 서리풀축제를 언급하며 5만이니, 10만이니 하지 않았나. 더 이상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단체들도 인근에서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맞불 집회를 열었다. 우리공화당은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입원한 서울성모병원 앞 반포대로에서 태극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조국구속 법치수호’ ‘무능부패 문재인 탄핵’ 등 팻말을 들고 태극기를 흔들며 조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공화당은 이 집회에 3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검찰 개혁 집회와 조 장관 반대 집회가 충돌할 것을 대비해 88개 중대 5000여명을 배치했다.

청와대 인근에선 보수 성향인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운동본부’(이하 투쟁본부)가 지난 4일부터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온라인상에선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투입됐던 여성 검사가 당시 조 장관과 통화했다는 허위사실이 퍼진 뒤 ‘사이버 테러’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는 서울중앙지검 김모 부부장검사를 조 장관과 통화한 검사로 지목한 게시물이 퍼졌다. 김 검사는 ‘자택 압수수색 담당검사’로 지목돼 사진과 나이, 학력 등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장관 집에서 짜장면 시켜먹은 그날 그 검사, 짜장면도 잘 먹게 생겼다”는 등 성적·외모 비하 표현도 등장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와 외모를 비교한 글도 있었다. 이 글을 쓴 네티즌은 임 검사에게는 ‘국민 여러분이 검찰공화국의 폭주를 막아달라’는 코멘트를, 김 검사에게는 ‘조 장관 전화받고 외압 느꼈다’고 적고 ‘누가 더 예쁜가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압수수색 때 조 장관의 전화를 받은 검사는 이모 부부장검사로 파악됐다. 조 장관 집에서 짜장면을 시켰다는 주장 역시 조 장관 가족 제안으로 한식을 주문했던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여성 검사에게 가짜뉴스에 의한 부당한 인신공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아 박구인 구자창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