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 경남선교120주년기념관 광장에 6일 찬송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이 국악 장단에 맞춰 울려 퍼졌다. 130여년 전 이국땅에서 복음을 전하다 스러져 간 조상의 발자취를 찾아 한국에 온 후손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창원극동방송 어린이합창단의 공연 장면을 휴대전화로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부채춤을 마친 어린이들이 다가와 안아줄 때는 벽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경남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근성 목사)와 경남성시화운동본부(대표회장 오승균 목사) 소속 18개 경남지역 시·군의 교회는 이날 130년 전 경남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려준 호주선교사들을 기리며 후손 초청행사와 뮤지컬 공연, 기념 콘퍼런스 등을 진행했다.
경남성시화운동본부 이사장인 이종승 창원 임마누엘교회 목사는 감사예배에서 “호주선교사가 이 땅에 처음 들어왔을 때 조선은 계급사회로 미신을 섬기고 가난과 질병에 찌든, 망하기 일보 직전의 나라였다”면서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복음을 전해 오늘의 경남지역 교회가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130년 전 선교사들이 목숨 바쳐 복음을 전했듯, 그 신앙열정을 본받는다면 경남복음화 100%는 시간문제”라면서 “경남이 복음화되는 날 대한민국이 되살아나고 남북이 평화적으로 통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감사 인사를 전한 앨런 스튜어트(93·한국명 서두화) 목사는 “50년간 한국에서 생활했지만, 호주로 돌아간 뒤로는 사용을 안 하다 보니 한국말이 어색하다.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귀한 여행을 가능하게 해준 경남성시화운동본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우리 선교사들의 실수를 만회하고 그 정신을 영원히 살리는 분위기를 조성해준 관대함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존 브라운(86·한국명 변조은) 목사도 “130년간 이곳을 거쳐간 130여명의 호주 선교사들이 한국의 형제자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면서 “호주선교의 역사를 이렇게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든 곳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감격스러워했다. 500여명의 참석자들은 “복음을 전해줘서 감사하다”며 큰 박수를 보냈다.
20여명의 선교사 유족과 관계자들은 4일부터 경남선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콘퍼런스에 참여하고 주기철 손양원 목사의 순교기념관을 방문했다. 창신대에선 데이비스 선교사를 주제로 한 창작 뮤지컬 공연도 관람했다.
후손들은 양곡교회 문창교회 가음정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지용수 양곡교회 목사는 “한국교회는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준 선교사의 헌신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호주선교사들의 모범을 따라 우리도 세계선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최 측은 기념관 뒤편에 1952년 부산 일신병원을 설립한 헬렌 펄 매켄지(매혜란)와 캐서린 마가렛트 매켄지(매혜영) 선교사의 묘비를 제막했다.
창원=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