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운용하는 소방용 헬기(사진) 29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4대가 15년이 넘은 노후기종으로 확인됐다. 도입 20년이 넘은 헬기는 구입가격보다 유지비가 4배 넘게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유지비 폭탄’을 맞으면서도 소방 당국은 문제를 방치한 채 혈세를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소방헬기 운영현황’에 따르면 실제 운행하는 전국 소방헬기 29대의 최근 5년 유지비는 1526억원이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유지비를 지출한 소방헬기는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EC-225(수도1호)로 도입가격(439억원)의 절반이 넘는 231억원이었다. 도입가격이 37억7000만원인 AS-365N2(수도2호)는 유지비가 무려 139억원이었으며, AS-365N2(영남2호·도입가격 60억9000만원)는 132억원, EC-225(영남1호·구입비 440억원)는 126억원 등이었다.
전체 헬기 29대 중 14대는 도입한 지 15년이 넘었다. 신규 헬기보다 활용도는 훨씬 떨어지고 유지비와 수리비는 더 많이 드는 것들이다. 노후 헬기의 유지비는 전체의 약 45%(682억원)나 됐다.
대표적인 노후 헬기는 AS-365N2 기종으로, 2014년 광주 아파트 단지에서 기기 오작동으로 추락한 강원소방본부 헬기가 이 기종이었다. 서울시도 1997년 이 기종을 도입했지만, 최근 새 헬기로 교체키로 결정했다. 일부 부품이 단종돼 정비기간이 길어지면서 헬기 가동률이 크게 떨어졌다. 연평균 정비기간은 78일까지 늘었고 가동률은 78.5%까지 주저앉았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헬기’는 이외에도 여러 대였다. 부산소방본부 BK-117B2, 광주소방본부 BK-117B2 등도 도입가격보다 최근 5년간 유지비가 더 많았다. 반면 인천소방본부가 2013년 도입한 AW-139의 도입가격은 155억8000만원, 5년 유지비는 37억3600만원에 그쳤다.
노후 헬기가 애물단지로 전락해도 소방 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소방헬기 도입 및 관리, 유지와 관련 연구용역은 그동안 단 한 건도 없었다. 김영우 의원은 “기본적으로 소방 당국이 소방헬기 유지비 절감에 대해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노후화된 소방헬기 교체와 유지비 절감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