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던 약속 지켜지고 있나

입력 2019-10-07 04:02
조국 법무부 장관은 여러 차례 “가족이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이 되기 전에 그랬고, 후에도 그랬고, 부인 정경심 교수가 처음 소환된 3일 아침에도 똑같이 강조했다. 정 교수 소환조사가 두 차례 이뤄진 지금 이 약속이 과연 지켜지고 있는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1차 소환 8시간 중 식사·휴식을 제외하면 5시간 남짓 조사가 이뤄졌다. 건강을 이유로 귀가한 뒤 이틀 만에 2차 소환에 응해서는 1차 조사의 신문조서를 7시간이나 열람했다. 오전 9시 출두했지만 오후 4시가 돼서야 조사를 시작할 수 있었고, 오후 7시30분부터는 다시 조서 열람에 들어가 자정 무렵 귀가했다. 1, 2차 소환에서 조사가 진행된 시간은 10시간40분(식사·휴식 포함)인데 조서 열람은 11시간25분을 했다. 조서를 충분히 검토하는 게 위법한 일은 아니지만 대단히 이례적인 것은 분명하다. 일반인이 7~8시간 조사받을 경우 조서 열람에 통상 1시간이 걸린다는 법조계의 상식이나 조서를 통째로 외우다시피 했다는 우병우씨가 5시간 열람했던 전례와 큰 차이가 있다. 복잡할 것 없는 사안을 왜 그리 오래 수사하느냐고 검찰을 공격하는 여권의 주장대로라면 복잡할 것 없을 조서를 왜 그리 오래 열람해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피의자 인권도 존중돼야 하고 불합리한 수사 방식은 사라져야 한다. 정 교수를 소환하는 시점에 그런 개혁이 이뤄졌다. 포토라인 없이 비공개로 소환됐고, 피의사실 공표를 염려해 브리핑이 자취를 감췄으며, 밤샘조사는 상상도 못할 일이 됐다. 오히려 검찰이 절차상 흠결을 걱정해 피의자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며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달라진 수사의 첫 대상이 법무장관 부인이란 사실은 무척 공교로워서 거꾸로 특혜란 비판이 나올 법하지만, 그래도 방향은 옳으니 형평성을 거론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수사에 임하는 정 교수에게서 ‘성실함’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만큼은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 두 차례 소환했지만 실질적인 조사 시간이 짧아 3차 소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럴 경우 “11시간이나 압수수색”에 이어 “세 번이나 불러서”라는 검찰 공격의 새로운 키워드가 만들어지게 됐다. ‘마라톤 조서열람’에 방어권 행사를 넘어 이런 식의 노림수가 있다면 조 장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