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이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합의에 따라 양측 실무대표단이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만났으나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양측이 추가 협상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헤어짐으로써 북·미 비핵화 협상이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협상 결렬은 셈법 차이에 기인한다. 북한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 미국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음에도 북한은 이전과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및 제재 완화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등 이미 하고 있는 조치에 대한 미국의 보상이 기대에 못 미치자 회담 결렬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거듭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았다. 한·미 양국은 북측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해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연기한 바 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성의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비핵화 협상과 직접적 관계가 없고, 우리 안보에 관한 매우 중요한 연합훈련을 중단해야 다음 단계 비핵화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북측 주장은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북한이 이 같은 억지주장을 고집하는 한 협상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북측 실무대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협상 종료 후 “대화 재개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결렬의 모든 책임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적반하장이다. 한·미 양국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들이대 협상을 결렬시킨 쪽은 북한이다. 북한이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미국에 입장 변화를 요구하며 연말까지 숙고를 권고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미국은 2주 후 실무협상을 다시 하자고 했다. 어떻게든 대화의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한 번의 실무협상을 통해 원하는 모든 걸 얻겠다는 건 북한의 지나친 욕심이다. 북·미가 이번 협상에서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알게 된 만큼 보다 진전된 안을 갖고 조속히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원하는 게 파국이 아니라면 북한이 대화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사설] 北, 비핵화 생각 있나
입력 2019-10-07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