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스톡홀름 예비접촉, 실무협상 재개

입력 2019-10-05 04:01

북한과 미국이 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예비접촉을 시작으로 비핵화 실무협상을 재개했다. 본격적인 실무협상은 5일 진행된다. 지난 2일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한 것을 두고 독일과 영국,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북·미 실무협상팀은 4일 스톡홀름에서 예비접촉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외부 노출을 꺼려 협상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미 협상팀이 공식적으로 접촉한 것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7개월여 만이다.

북한은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미국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협상팀을 이끌고 있다. 양측은 예비접촉에서 구체적인 협상 일정과 방식에 대해 논의한 뒤 5일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다. 협상은 하루로 끝나거나 상황에 따라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간 입장차가 여전히 크다면 실무협상은 하루로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양측이 예비접촉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게 되면 동력이 붙어 실무협상이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엔드스테이트(비핵화 최종상태)와 비핵화 로드맵을 강조할 것이고, 북한은 스텝바이스텝(단계적 방식)을 주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해 묻자 “지켜보자”며 “그들은 대화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곧 그들과 이야기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의 SLBM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기조 유지에 무게를 둔 것이다.

조태열 주유엔대사는 뉴욕의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SLBM 발사에 대해 “안보리 결의 위반이냐는 부분에서 미국이 공개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북·미 회담의 모멘텀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보고 미국이 그런 입장을 취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다만 조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마냥 대화 모멘텀을 위해 끝까지 유연하게 간다는 보장도 없고, 북한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진로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로이터통신 등은 북한의 SLBM 발사와 관련해 독일 영국 프랑스가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고, 회의는 다음 주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