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물폭탄, 주택 붕괴… 동해안 할퀸 ‘미탁’ 18명 사상

입력 2019-10-04 04:04
부산소방본부와 경찰 등이 3일 오전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산사태가 발생한 부산 사하구의 한 야산에서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 4명을 구조하기 위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물폭탄’을 쏟아붓고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전국에서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4명이 실종되는 등 큰 인명 피해가 났다. 특히 부산에서는 산사태로 4명이 매몰돼 야간까지 수색작업이 진행됐다.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후 10시 기준 사망자는 10명, 부상자는 8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 4명에 대한 수색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번 태풍 피해가 지난 2007년 16명이 사망·실종된 태풍 ‘나리’ 때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날 오전 9시5분쯤 부산 사하구 한 공장 뒤편 야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토사가 인근 주택과 식당 등을 덮쳤다. 소방 당국은 주택에서 3명, 식당에서 1명이 매몰됐고 매몰 면적은 약 2400㎡, 흘러내린 토사는 약 1600t으로 추정했다. 한 주민은 “산 정상부터 무너져내리기 시작해 엄청난 양의 토사가 수백 m가량 흘러내려와 순식간에 주택과 식당을 덮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 7시간 만에 매몰된 식당 주인 배모(65·여)씨 시신이 발견된 데 이어 9시간여 만에 권모(75)씨도 숨진 채 발견됐다. 권씨는 매몰된 주택에서 아내 성모(70)씨와 아들(48)과 함께 살았다. 두 번째로 발견된 권씨는 검은 토사 더미 3m 아래 묻혀 있었다고 소방본부는 밝혔다.

특히 이번 태풍으로 강원 강릉, 삼척과 경북 울진, 영덕, 포항 등 동해안 지역 피해가 컸다. 오전 9시6분쯤 경북 울진군 울진읍 한 주택이 붕괴하면서 60대 부부가 매몰돼 사망했다. 울진에는 0시31분부터 1시30분까지 시간당 104.5㎜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1971년 이 지역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시간당 강수량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전 1시쯤 강원 삼척시에서는 무너져내린 토사에 주택 벽이 쓰러지면서 안방에서 자고 있던 77세 여성이 숨졌고 경북 영덕군에서도 토사 붕괴에 따른 주택 파손으로 59세 여성이 매몰돼 사망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에서는 주택 붕괴로 부부가 매몰돼 아내(69)는 구조됐으나 남편(72)은 숨진 채 발견됐다. 강원 강릉시 옥계면에서는 송어양식장 직원인 40대 중국동포 남성이 전날 밤 양식장 점검 중 실종됐다가 이날 정오쯤 숨진 채 발견됐다.

급류에 휘말려 숨지는 사고도 잇달았다. 0시12분쯤에는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서 배수로를 손보던 72세 여성이 급류에 빠져 실종됐다가 사망한 채 발견됐고, 전날 오후 9시쯤에는 경북 성주군에서 농수로 물빠짐 작업을 하던 76세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경북 울진군 매화면에서 1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왔고, 경북 포항시 청하면 한 계곡에서도 1명이 실종된 상태다.

강원과 경남, 전남, 제주 지역에서는 주택 침수·파손 등으로 446가구 749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택 1237동과 도로·교량 169곳이 파손되는 등 민간·공공시설 피해도 컸다. 경북 봉화에서는 오전 3시36분쯤 영동선 관광열차가 산사태 영향으로 탈선했으나 승객들은 모두 대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태풍 피해가 심각하다. 특히 인명 피해가 적지 않아 가슴 아프다”며 “정부는 가용한 장비와 행정력을 총동원해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국민들께서도 함께 아픔을 겪는 심정으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재중 선임기자, 임성수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