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가 8시간 만에 귀가했다. 정 교수는 건강 상태를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청했고 검찰이 받아들였다. 검찰은 정 교수의 출석과 귀가 과정을 모두 철저히 비공개해 현직 장관을 배려했다. 검찰은 정 교수를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정 교수를 비공개로 불러 오전 9시부터 조사하다 오후 5시10분 귀가 조치했다. 점심식사와 휴식시간을 감안한 실제 조사시간은 7시간이 채 안 됐다. 검찰 관계자는 “오후 4시 정도에 조사가 종료됐다”며 “이후부터는 변호인 차량을 기다리는 등 휴식을 취하다 귀가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가족 사모펀드’ 직접투자, 자녀 입시 서류 위조, 증거인멸 등 여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정 교수는 언론의 눈을 피해 서울중앙지검 1층이 아닌 지하주차장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청사를 빠져나간 뒤 귀가 사실을 알렸다.
정 교수의 검찰 출석은 검찰의 조 장관 수사 착수 37일 만이다. 검찰은 정 교수를 상대로 사모펀드 설립 개입 의혹부터 증거인멸 정황까지 여러 의혹을 따져물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준비된 질문의 절반가량밖에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과 동석한 정 교수는 검찰의 질문 대부분에 “사실과 다르다” “모른다”는 식으로 짧게 답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점심식사 후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 요청으로 조사를 중단하고 귀가하게 했고, 추후 다시 출석토록 통보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르면 4일 검찰에 재차 출석한다. 의혹이 광범위한데 건강은 나쁜 만큼 단시간 조사와 추가 소환이 거듭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조계는 이날 검찰의 정 교수 비공개 소환과 빠른 귀가 조치를 청와대의 ‘절제된 검찰권 행사’ 요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정 교수가 불구속 재판을 위해 건강 문제를 강조한다는 관측도 있다. 검찰은 정 교수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