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권 심판” “조국 구속”… 서초집회 보란 듯이 세 과시

입력 2019-10-04 04:05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정권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를 규탄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단체 집회가 3일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서울 도심 일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광화문광장에서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 서울시청, 남대문에 이르는 약 2㎞의 왕복 12차로 도로가 집회 참가자로 가득 찼다. 집회를 주도한 자유한국당은 모두 합쳐 30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집회에 자극받은 보수 진영이 총결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당은 이날 청와대와 가까운 광화문광장 북쪽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규탄대회’를 열었다. 보수단체들로 구성된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는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근처에서 집회를 열었다. 서울역과 서울시청, 대한문 앞 등에서도 보수단체들의 집회가 이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 방향으로 이동해 집결했다.

이재오 범국민투쟁본부 총괄본부장은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조국 장관을 고집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반드시 끌어내야 한다”며 “이것이 광화문에서 덕수궁까지 가득 찬 300만명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못살겠다 끌어내자’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문 대통령 하야” “조국 감옥” 등의 구호를 외쳤다. 송파구에 사는 허모(64)씨는 “여권이 서초동 집회 인원을 불리는 걸 보고 약이 올라 생전 처음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윤석열총장응원카페’ 회원이라고 밝힌 남모(49)씨는 “정의가 무너진 사회를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렇게라도 국민이 무서운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에서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과 대북 정책 기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부산에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박모(56)씨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경기가 나빠져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 조 장관 사태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는 상당수가 50~70대였지만 젊은층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조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의혹, 여권의 편가르기에 분노해 나왔다고 했다. 대학생 박모(28)씨는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진영 논리로만 대처하는 조 장관과 여권의 비이성적 행태에 분노한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많아 깜짝 놀랐다. 이게 민심 아니겠느냐”고 했다. 조 장관의 모교이자 그가 교수로 재직했던 서울대 학생들은 광화문광장 인근 KT빌딩 앞에서 별도 집회를 열었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오후 3시20분쯤 청와대 앞 사랑채 인근에서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려다 경찰에 저지당했다. 이들은 각목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경찰은 경찰관을 폭행한 46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해 연행했다. 경찰은 집회 현장 인근에 90개 중대 5400여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3일 저녁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전국대학생연합이 주최한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대 연세대 부산대 단국대 등이 참여한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 집행부’는 이날 저녁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모여 조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촛불 모양의 LED 장치를 들고 “흙수저는 학사경고, 금수저는 격려장학” “평등·공정·정의는 다 어디 갔나”고 외쳤다. 집행부는 50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안규영 방극렬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