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교생이 경찰의 총에 맞은데 이어 지난 주말 시위 취재도중 경찰이 쏜 고무탄에 눈을 맞았던 인도네시아 여기자가 영구 실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시위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홍콩 정부는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완차이 지역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인도네시아인 베비 메가 인다 기자가 경찰이 쏜 발사체에 오른쪽 눈을 맞았다. 인다 기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으나 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의료진은 판단하고 있다.
그의 법률대리인인 마이클 비들러는 “인다 기자의 오른쪽 눈은 영구 실명될 것이라고 의료진이 말했다”며 “영구 손상 비율은 수술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비들러는 또 “고무총을 쏜 경찰관의 신원과 당시 경찰의 조치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다 기자는 사고 당시에 대해 “다른 기자들과 육교 위에 서 있었는데 한 기자가 ‘쏘지 말아요. 우린 언론인이에요’라고 외쳤다”며 “하지만 경찰은 발사했고, 날아온 물체에 맞아 쓰러졌다”고 말했다. 인다 기자는 인도네시아 이주노동자의 삶과 홍콩 이슈들을 다루는 ‘수아라 홍콩 뉴스’에서 일하고 있다.
SCMP는 또 소식통들을 인용해 캐리 람 행정장관이 4일 행정회의를 소집해 복면금지법 시행을 결의, 공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복면금지법은 집회나 시위 때 마스크 등을 금지하는 법으로 미국과 유럽의 15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복면금지법이 행정회의에서 결의되면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면금지법은 행정장관이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해 시행할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긴급법은 비상시 행정장관이 의회 승인 없이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법규로 체포, 구금, 추방, 압수수색, 검열 등에서 무소불위라고 할 수 있는 ‘비상대권’을 부여받는다. 사실상 계엄령에 가깝다.
앞서 홍콩 시민 수천명은 전날 오후 도심 7곳에서 경찰의 실탄 총격을 규탄하는 동시다발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는 직장인이 다수 참여했으며, 차터가든 공원 주변으로 도심 행진도 벌였다. 시위대는 경찰의 강경 진압을 조사할 독립된 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체포된 시위대들이 심리를 받는 웨스트카우룽 법원으로 몰려가 “폭도는 없다. 폭정만 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성명을 통해 향후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