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 초기부터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가 검토돼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정 교수가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가족 사모펀드’ 운용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흔적은 쌓여 갔다. 무엇보다도 정 교수는 수사 갈래마다 각종 증거를 인멸하려 애쓴 정황이 포착됐다.
법조계는 검찰이 정 교수를 3일 소환 조사 후 일단 돌려보냈으나 재소환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안의 중대성에 더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강력하게 주장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검찰 수사를 둘러싼 사회적 여론이 양분되는 가운데 결국 법원이 결정할 정 교수의 신병처리 여부가 검찰과 조 장관의 운명을 가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3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 검찰은 정 교수의 구속 수사 필요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증거인멸 시도 정황들에 주목한 판단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 교수가 단순한 위조만 했다면 불구속 수사도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증거인멸 시도가 여러 건 포착된 상황”이라며 “통상적인 경우 영장이 발부될 만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의 대표적인 증거인멸 정황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모씨를 통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빼돌리기였다. 정 교수는 검찰의 수사 착수 다음 날인 지난 8월 28일 김씨에게 자택 컴퓨터들의 하드디스크 교체를 요청했다. 이후 8월 30일에는 김씨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경북 영주 동양대까지 갔고, 김씨에게 연구실 컴퓨터를 갖고 서울로 돌아가도록 했다. 검찰은 김씨를 통해 증거인멸 관련 진술을 확보했고, 김씨가 교체한 옛 하드디스크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검찰은 이번 수사 갈래의 다양한 부분에서 증거 수집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가족 사모펀드의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관계자, 본인이 몸담은 동양대 관계자 등 사건 주변인들과 자주 통화한 데 주목하고 수사를 확대해 왔다. 정 교수가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해 “압수수색이 나오면 관련 서류를 주지 말라”고 부탁한 일도 폭로됐었다.
검찰이 정 교수의 증거인멸 정황을 포착한 이후 수사 과정에서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가 입국, 구속된 것은 또 하나의 분기점이었다. 수사 초기 ‘가족 사모펀드’의 설립 경위 및 실질 운영자가 논란이 되자 조 장관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조 장관과 정 교수는 조씨에게 속은 피해자”라는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조씨는 검찰 조사와 법원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코링크PE 설립 투자금은 정 교수로부터 온 돈”이라고 진술했다. 정 교수가 조씨의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 관계에 가깝다는 것이 지난달 중순 확고해진 셈이다. 검찰은 정 교수를 소환하기에 앞서 코링크PE 및 투자회사들을 폭넓게 조사했고, 이들로부터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회장님’으로 불렸다는 사실까지 파악했다.
정 교수에게는 이미 기소된 사문서위조나 정황이 뚜렷한 증거인멸교사 이외에도 여러 죄명이 적용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를 불러 조사하기 전날인 지난 2일 “위조문서행사와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등 다른 혐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정 교수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에 대해서는 “여러 궁금증이 재판 과정에서 일순 해소될 것”이라고도 했다.
구승은 이경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