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새 형(신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 3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전날 시험발사한 탄도미사일을 최신형 북극성 계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북한 매체에 공개된 사진 등을 근거로 북한이 핵 타격력과 비행 안정성을 높인 SLBM 개발에 착수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극성 3형은 북극성 1, 2형에 비해 탄두 부분이 뭉툭해진 게 특징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극성 3형의 직경은 1형에 비해 30㎝가량 늘어난 1.65m”라고 분석했다. 3형과 2형은 직경 차이가 거의 없었다. 탄두부만 눈에 띄게 둥글게 변화돼 중국의 SLBM ‘쥐랑-2(巨浪·JL-2)’와 비슷한 형태를 보였다. 북극성 3형 길이는 1, 2형과 크게 다르지 않은 9m 안팎이었다. 신형 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는 크기를 감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탄두부를 둥근 구형으로 만든 것은 그만큼 위력적인 폭발물을 더 많이 탑재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SLBM은 은밀하게 바닷속에 숨어 있는 잠수함에서 핵무기를 날려 전쟁 판도를 뒤엎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런 특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여러 개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다핵(多核) 탄두미사일’을 만들려고 구형 탄두부를 설계했을 수 있다. 구형 탄두부는 북한이 2017년 8월 당시 노출한 북극성 3형 개념도에 있던 탄두부와 비슷한 형태다.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탄두에 집중되는 열을 분산시키기 위해 구형 탄두를 만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극성 3형이 정점고도 910㎞, 비행거리 450㎞를 나타냈다는 점에 비춰 북한은 800~850㎏ 무게의 핵탄두를 싣는 것을 가정해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개된 발사 장면을 보면 북한은 한 선박에 바지선을 연결해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역으로 이동한 뒤 시험발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잠수함에서 쏘는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바지선에 수중발사대를 설치한 뒤 수중에서 북극성 3형을 쏜 것으로 추정된다. 화염을 뿜으며 솟구치는 북극성 3형 주변에선 엔진 덮개로 보이는 물체가 포착됐다. 이 덮개는 물속에서 엔진을 보호하기 위해 부착해놨던 것으로, 엔진 점화와 함께 떨어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탄도미사일을 수중에서 수면 위로 밀어올린 뒤 엔진을 점화시키는 ‘콜드론치(cold launch)’ 기술을 이미 완성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북극성 1형 하단에 부착돼 있던 격자형 날개인 ‘그리드핀(Grid Fin)’이 북극성 3형에는 붙어 있지 않았다. 그리드핀은 수면 위에서 엔진 점화 후 안정적인 비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세 제어’에 필요한 것이었다. 북한은 그리드핀을 달지 않아도 의도된 궤적을 따라 비행하게 하는 기술력을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새로 설계된 탄도탄의 핵심 전술·기술적 지표들이 과학기술적으로 확증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북극성 3형에 부착된 카메라로 대기권 밖에서 지구를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도 공개했다. 미국 본토를 은밀히 타격할 수 있는 전략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이번에 의도적으로 사거리를 줄여 북극성 3형의 최종 버전을 보여주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7월 공개한 신형 잠수함 개발 단계에 맞춰 시험발사를 다시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