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3일 오전 9시쯤 취재진이 접근할 수 없는 지하주차장을 통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갔다. 차량에서 내린 뒤에는 청사 직원 도움을 받아 내부 통로를 거쳐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 조사실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는 출석한 지 약 8시간 만에 귀가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청사를 떠난 뒤 기자들에게 이를 알렸다.
청사 지하주차장은 사전에 등록된 차량만 출입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청사로 연결된 문 역시 미리 등록된 출입증이 아니면 열리지 않는다. 정 교수가 탄 차량은 검찰에서 제공한 수사차량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인사는 “변호인을 통해 차량번호를 미리 접수하고, 1층이 아닌 지하로 들어오라는 정도는 수사팀과 얘기가 돼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검찰은 ‘통상적 절차’에 따라 정 교수를 청사 1층 정문으로 부르겠다고 밝혔으나 소환 전 비공개 소환으로 입장을 바꿨다. 정 교수의 건강 상태와 국민적 관심을 고려했을 때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환 일자도 취재진이 비교적 적은 공휴일로 택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수사에 방해되는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려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자택 압수수색을 할 때 ‘11시간 논란’ ‘자장면 논란’ 등 여러 말을 낳지 않았느냐”며 “소환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게 수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 수사를 계기로 피의자 인권 보호 주장이 힘을 얻는 현 상황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이 수사 범위에 고위공직자 배우자를 포함하는 것처럼 정 교수도 엄연한 공적 인물”이라며 “이전에는 당연히 공개 소환했겠지만 검찰의 수사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선례를 보여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의 비공개 소환에 대해 여당과 야당은 극과극의 반응을 내놓았다. 자유한국당은 검찰의 정 교수 공휴일 비공개 소환을 두고 “살아 있는 권력에 굴복한 황제 소환, 특혜 소환”이라고 비난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당초 공개 소환에서 비공개로 전환된 것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유감”이라며 “포토라인에 서지 않는 것이 장관 부인에 대한 마지막 예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정 교수의 건강 상태를 고려한 적절한 조치”라며 “피의자 인권을 존중하는 선진적인 수사로 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여권 관계자는 “정 교수가 검찰에서 조사받은 내용을 보면 검찰 수사가 무리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이 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의당도 “이틀 전 검찰이 스스로 내놓은 개혁 방안에 따른 적절한 조치”라며 “앞으로 일관된 집행으로 검찰권 행사와 수사 관행이 꾸준히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 교수 소환과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오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도 정 교수 관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정 교수가 비공개로 검찰에 출석한 것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상은 김나래 박세환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