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양상이 북한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일정한 패턴을 보이자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들고 나왔다. 경기도 파주·김포시의 돼지 전량을 사실상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지역에서 확진 2건이 추가되며 ‘발병지에서 계속 발병한다’는 불안한 공식이 두드러진 탓이다.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명해 온 아프리카돼지열병 남하를 막기 위한 극단적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파주시와 김포시의 사육돼지를 전량 수매하겠다고 3일 밝혔다. 수매 대상이 아닌 돼지는 살처분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인천 강화군처럼 지역 내 모든 사육돼지를 없애겠다는 뜻이다. 두 지역 내 사육돼지 수는 13만5000 마리에 달한다. 이날 파주시 문산읍에서 12차(2300여 마리), 김포시 통진읍에서 13차(2800여 마리)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 농장이 나오자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는 각각 5곳, 2곳의 농장에서 확진 사례가 이어졌다.
추가 확진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발생 전력이 있는 경기 연천군에서도 고강도 조치를 가동한다. 발생 농가 반경 10㎞ 이내 돼지농장을 예방 살처분한다는 지침을 신규로 마련했다. 현행 기준(반경 500m 이내)보다 범위를 20배 늘렸다.
농식품부는 이틀간 추가로 발생한 4건 모두 기존 발병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확진 사례가 추가되고는 있지만 연천군과 파주시, 김포시, 강화군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모두 북한과 이어진 ‘임진강 벨트’에 속해 있다. 전문가들은 강을 따라 선을 그리며 발병하는 패턴이 추가된 것이어서 ‘확산’보다는 ‘확대’라고 봐야 한다고 분석하며 고강도 대책을 주문해 왔다.
연천군에서 야생 멧돼지 감염 사례가 처음으로 확인된 점 역시 이번 결정에 힘을 실었다. 11차(파주시 적성면) 발병 사례처럼 불법 농장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방역 당국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위험한 것은 중점관리지역을 넘어 남쪽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요주의 기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