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 두 쪽 낸 ‘광장의 정치’… 여권이 책임져야

입력 2019-10-04 04:02 수정 2019-10-06 20:11
개천절인 3일 서울 도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보수를 표방하는 단체와 인사들로 구성된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와 자유한국당, 우리공화당 등이 개별 집회를 가진 뒤 광화문광장에 합류했다. 대학생 집회도 열렸다.

이날 집회 규모를 놓고 100만명이니, 200만명이니 여러 얘기가 나온다. 그러나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다. 대의 정치는 힘을 잃고 거리의 정치, 광장의 정치가 대세가 됐다는 게 핵심이다. 이날 시위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일대에서 있었던 진보세력의 ‘조국 수호’집회에 대한 맞불 성격이었다. 이날 집회에 대응해 진보단체들은 5일 오후 6시 서초동에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다시 연다고 한다. 범보수와 진보세력의 조직적 대중 동원이 연쇄적으로 가열될 것이다. 조국 장관 찬·반을 놓고 사회 갈등과 국론의 분열이 한층 극심해지게 됐다.

사회갈등을 법과 관습에 따라 조정하는 게 정치의 존재 이유다. 현대 민주주의는 국민의 위임을 받은 대표자들로 구성된 정당들에 이러한 갈등 조정의 중임을 맡겼다. 정당들이 국회는 비워둔 채 광장으로 나와 지지자를 상대로 호소하는 현실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그러나 광장의 정치를 근원적으로 부정하기는 어렵다. 대의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을 때 나라의 주인인 시민들이 직접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 정신이다. 하지만 현재 광장의 정치는 자발적인 민의의 표출과 거리가 멀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들이 ‘이번에 밀리면 끝장’이라는 정략적 계산에서 의도적으로 촉발한 것이다. 최소한의 도덕성이 없을 뿐 아니라 사실상 피의자인 조 장관을 임명한 것은 인사청문회법에도 위배될 뿐 아니라 이 정권이 주창해온 공정·정의에도 어긋난다. 그런데도 국민들을 ‘조국 지지자=친개혁’, ‘조국 반대자=반개혁’으로 딱지 붙여 지지자들을 모아 세력 몰이를 한 게 사태의 시작이다. 여권은 3일 광화문 집회에서 표출된 ‘조국 퇴진’ 민심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조 장관을 사퇴시켜 나라가 두 쪽 나는 상황을 이젠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