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이 경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초 발생 지역인 파주에서 시작해 연천과 김포를 넘어 인천 강화로 번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달 27일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2일과 3일 파주와 김포에서 총 4건이 추가됐다. 이로써 확진 사례는 총 13건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북서부 접경지역에 한정돼 있지만 언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내 최대 양돈 밀집 단지인 충남 홍성 등으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철통같은 방역 벨트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성의 경우 324개 농가에서 58만500여 마리의 돼지를 사육 중이다. 제주도 53만 마리, 강원도 50만 마리보다 더 많다. 만일 경기 북부 방어벽이 뚫려 남하할 경우 국가적 재난 사태나 다름없다. 이 같은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당국과 양돈 농가는 물론이고 국민들도 협력해야 한다. 차량이나 사람에 의한 전파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기초적인 조치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이틀 정도 이동중지 명령을 내리는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났다. 단기적으로 농장들의 경제 활동과 돼지고기 수급에 지장이 생기더라도 철저한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한 파주의 한 농장을 방문한 차량이 이후 확진 사례가 나온 다른 농장을 방문했을 뿐만 아니라 경북 등 남부 지방까지 운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규모가 작아 축산업 등록을 하지 않은 미등록 양돈 농가나 무허가 불법 농가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해서 방역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른 지역도 확진 사례가 없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이 병이 발생한 지 보름이 넘도록 감염 경로조차 밝혀지지 않아 언제 어느 곳에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계절도 가을철로 접어들어 만에 하나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까지 겹칠 경우 위기감은 극에 달할 것이다. 필요할 경우 정부 부처 간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가능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도 검토해야 한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강력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설] 아프리카돼지열병 남하 막아야 한다
입력 2019-10-0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