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경심 소환 조사… 조국만 남았다

입력 2019-10-04 04:01
청와대·여당의 압박과 정치적 고려 배제한 채 법과 원칙에 따라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 결정해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휴일인 3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피의자 신분이다. 조 장관의 5촌 조카가 구속되고 아들과 딸, 동생, 처남 등에 대한 조사가 끝나고 정 교수가 소환됨으로써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가 절정이자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든 셈이다. 조 장관만 남았다.

사문서 위조 혐의로 이미 불구속 기소된 정 교수는 위조된 사문서를 행사한 혐의와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사모펀드 논란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를 통해 정 교수의 위법 사실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마저 드러난 상태여서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이 경우 정 교수는 현직 법무부 장관 부인으로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첫 사례가 된다. 물론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할 수도 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면 수사 동력이 급격히 약해질 수 있고, 여권으로부터 무리한 수사라는 비난이 쏟아질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 남편이 법무부 장관이자 문재인정부 실세라는 점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그동안 밝혀온 것처럼 원칙대로 처리하는 게 옳다.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면 더 큰 역풍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근거는 검찰이 제공했다. 정 교수를 검찰청사 1층 출입문으로 들어오도록 하겠다는 공개 소환 방침을 갑자기 비공개로 바꿔 지하주차장을 통해 검찰청 조사실로 들어가도록 편의를 제공한 게 그것이다. 온 국민의 관심사인데, 포토라인에 서지 않도록 배려했다. 소환 일정도 숨겼다. 정 교수의 건강을 감안한 조치라지만, 법무부 장관 부인이 아니었다면 받을 수 없는 특혜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도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선 더 엄정해야 한다.

교육부는 정 교수 소환 하루 전날, 조 장관 딸의 표창장 위조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동양대 최성해 총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동양대에서 총장 관련 자료들을 가져갔다. 최 총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정 교수가 동양대 압수수색 사흘 전쯤 전화를 걸어와) 나와 관련된 서류를 (검찰에) 주면 총장님도 다친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 말이 현실이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