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교회 안에서 자란 나는 고민 없이 예수님을 믿었다. 아버지가 교회 개척으로 극심한 어려움에 시달리다 결국 문에 노란 딱지가 붙었고 며칠 후 교회와 집의 전기가 차단되고 이어서 전화와 가스도 끊어졌다. 어머니와 우리 3형제는 힘들게 새벽부터 신문배달과 우유배달에 나섰다. 평범한 부모 밑에서 자라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목회자 자녀로 태어난 것도, 하나님 믿는 것도 부끄러웠다. 교회와 아버지를 철저히 숨겼고 아버지가 목회를 그만두었으면 하는 마음만 간절했다. 중3 때 아버지가 목회를 접었다. ‘아! 드디어 목회자 자녀로서의 삶은 끝이구나.’ 너무 기뻤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아버지가 파킨슨병에 걸린 것이다. 숟가락질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아파트 경비원 아르바이트를 하셨다.
춘천에 있는 대학 면접 때 한마음교회 홍보지에서 무당, 조폭, 게임중독이었던 사람들이 변화된 간증을 보고 입학 후 기독교 동아리에 들어갔다. 동아리 선배는 예수님의 부활에 관한 성경 말씀을 반복해서 얘기했다. 그러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한마음교회 기숙사에 들어갔다. 교회에서는 복음으로 세워진 공동체에 대한 말씀이 선포됐다. 목사님의 공동체에 대한 말씀을 하나님 말씀으로 받으며 부끄러워 꼭꼭 숨겼던 아버지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어느 날 기도 중 요한계시록의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더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내치리라’(계 3:16)는 말씀이 크게 들렸다. ‘내가 더웁지도 차지도 아니한 자구나! 내가 예수님과 상관없는 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을 잘 믿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하나님을 대적하는 예수님을 아는 자였지, 예수님을 믿는 자가 아니었다. 그때 요한복음 16장 9절 말씀이 생각났다. ‘예수님을 믿지 않는 것이 죄’라는 것을 성령께서 알려주셨다. 예수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후에야 제자들이 성경과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믿었던 것처럼 나도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이 말씀을 가슴으로 받았다. 내가 지금 직접 예수님을 볼 수 없지만 성경의 예언대로 이 땅에 사람으로 오셔서 죽고 부활하시고 목격한 증인들을 삶을 통해서 예수님을 ‘나의 주,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할 수 있었다.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 서니 내가 왜 아버지를 부끄러워했는지 선명하게 보였다. 정말 착하게 신앙생활도 열심히 했지만 결국은 주인이 나였기 때문이었다. ‘권세야! 내가 너를 사랑해서 죽었다. 내가 너를 사랑해서 부활했다’고 하시는 그 사랑이 부어지며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가 주인이 돼서 살아왔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마음의 참 주인으로 모셨다.
하나님의 참 사랑을 알게 되니 아버지의 현재 모습 그대로 사랑할 수 있었다. 불편하신 아버지의 식사를 도와드리고 안마도 해 드리고 옷을 입고 벗는 일도 기쁘게 도와 드렸다. 목사님께서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예수님과 연합된 우리는 이미 다 가진 자인 것을 믿습니까?’ 하는 말씀에도 진심으로 아멘으로 화답하며 감사의 삶을 살게 됐다. 상황과 물질적 어려움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조금의 염려나 걱정을 하지 않는다.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신규 발령을 받았다. 대학 입학 전부터 ‘이 학교를 기도로 바꿔보자’는 마음이 강했는데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선 예수님의 부활로 내 마음의 주인을 먼저 바꾸어 주셨다. 새로 만난 어린아이들을 주님이 보여주신 사랑으로 품고 매일 기도하며 근무하는 선생님들께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명을 주신 하나님이 생각할수록 감사하다. 하나님께서는 내 삶에 최고의 축복을 주셨다. 어릴 때 아르바이트를 통해 가난한 마음을 갖게 하셨고 아버지의 병을 통해 사람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주셨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고 사명자로 세워주셨다. 내게 늘 최고의 길로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최권세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