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민족통일 지원’이 재단 설립 정신… 북한 어린이 돕기에 더 집중할 것

입력 2019-10-04 00:05 수정 2019-10-04 00:16
국제사랑재단 김영진 대표회장, 김유수 이사장, 독고인호 사무총장(왼쪽부터)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설립 15주년을 맞아 그동안 진행해 온 사업을 돌아보고 향후 과제를 이야기했다. 송지수 인턴기자

15년 동안 기독교 본질인 사랑을 전했다. 북한의 막힌 담을 허물기 위해 중국에 빵 공장을 세워 북한 어린이들에게 빵을 전달했다. 황폐해진 북한 땅에 심은 작달막한 묘목은 어느새 키가 자랐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어려운 지역을 섬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올해로 설립 15주년을 맞은 국제사랑재단 이야기다. 사랑재단은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갖고 북한을 비롯한 앞으로의 선교 방향을 모색했다.

<참석자>
김유수 목사(재단 이사장)
김영진 장로(재단 대표회장)
독고인호 장로(재단 사무총장)

사회=정진영 종교국장

-국제사랑재단이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오는 17일엔 재단 설립자인 영곡(嶺谷) 김기수 목사를 기리는 제6회 영곡봉사대상 시상식도 열린다. 국제사랑재단의 창립 정신을 다시 한번 반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창립 정신은 무엇인가.

김유수 목사=2004년 10월 8일 설립해 올해로 만 15년이 됐다. 비정부기구(NGO)로 등록해 기독교 본질인 사랑을 펼쳐 나가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정관엔 설립 정신이 “인도적 지원으로 민족 화해와 통일 그리고 세계 평화를 지원하는 일”이라고 돼 있다. 북한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재단의 중심 활동은 북한 어린이 사업이다. 설립 당시 북한 상황이 안 좋았다. 걸식하는 아동 이야기를 듣고 시작한 게 우리 재단의 정신이 됐다.

-말씀하신 대로 국제사랑재단은 북한 사역을 중점적으로 펼쳐왔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울러 다음 달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의 대(對)북 활동, 전망과 계획을 말씀해 달라.

김영진 장로=우리 재단은 시혜 차원에서가 아닌 한 피를 나눈 형제에게 신앙 안에서 함께하자는 정신으로 북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굶어 죽는 아이들을 바라만 볼 수 없었다. 국민일보와 사순절마다 ‘북한 결식 어린이 한 생명 살리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전국 교회와 성도들이 금식하며 모은 성금으로 북한 어린이에게 빵과 분유 등을 전달해 왔다. 남북관계로 제동이 걸리는 일이 많아 아예 2004년 옌볜조선족자치주에 빵 공장을 만들었다. 간절히 바라는 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다시 만나고 북·미 정상회담도 열려, 막힌 담이 헐리고 최소한의 인도적 사업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북한 지원을 못마땅하게 보는 여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대로 지원이 되고 있는지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독고인호 장로=사람들은 우리 사업 중 하나인 중국 빵 공장도 믿지 못한다. 미국 국적의 한국인 선교사가 공장을 운영하면서 매월 3만개 넘는 빵을 만든다. 어린이 2000명이 하루 한 개씩 2주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두만강 상류 쪽에 북한으로 들어가는 다리가 몇 개 있는데 그곳을 통해 북한 어린이에게 보낸다. 아침마다 버스를 타고 나진과 선봉에 들어가는 중국 사람들도 빵을 갖고 들어간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독고 장로=그렇다. 이런 방식으로 들어가는 게 더 정확하다. 빵과 함께 분유, 방한복도 지원하고 매년 봄이면 묘목도 준다. 50만 그루 이상 들어갔다. 압록강 쪽에 심은 밤나무는 이제 성장한 게 보인다.

-후원 참여를 진작시키고 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려면 투명성과 신뢰감이 중요하다.

독고 장로=NGO인 우리 업무의 60~70%는 북한 사역이다. 해외 선교, 국내 구호사업도 한다. 교계, 국민일보와 모금 활동을 하면서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교회를 찾아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면 이른바 개미부대가 1000원, 2000원씩 후원하신다. 통장에 들어오는 모든 후원금은 국세청이 보고 있다. 아주 투명하다. 사무실 경비는 전체 예산의 15%도 안 된다. 급여도 거의 없다. 그러니 후원자들이 애착을 갖고 우리 재단을 후원한다.

-영곡봉사상도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다. 수상자는 어떻게 선별하고 그동안 어떤 분들이 상을 받았나.

김 장로=이 상은 초대회장 김기수 목사님의 호에서 딴 것이다. 영혼의 깊은 계곡이란 뜻이다. 2년에 한 번씩 올해로 6회 째다. 국제·국내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부흥 사역의 불을 지펴 주신 빌리 그레이엄 목사, 일본의 목회자이자 정치인이었던 도이 류이치 의원과 장상 전 국무총리 서리 등이 받았다. 선정 기준은 영곡의 정신에 맞는 분이다.

-설립 15년을 맞아 앞으로 더 강화하고 싶은 비전, 보완하고 싶은 분야가 있나.

김 목사=북한 문제가 개선된다면 어린이를 돕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급식, 교육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게 아이들을 기독교 정신으로 키우는 것이다. 필요한 지역에 복음을 전하는 선교 사역, 복음을 전하고 사랑을 실천했던 김기수 초대회장의 정신을 영곡상을 통해 어떻게 실천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한국교회에 바라는 점, 당부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

김 장로=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이 매달리니 그들을 해방해 주셨다. 우리도 이념과 지역, 교단을 초월해 하나 된 목소리로 간절히 평화통일을 기도하면 들어주실 것이다.

김 목사=21세기는 통합과 융합의 시대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은 국가주의를 내세우고 우리나라도 이념·정치·권력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기독교의 역할이 크다. 핵심은 사랑이다. 우리 재단도 ‘사랑’이라는 이름처럼 나눔 운동을 펼쳐나갈 것이다.

정리=서윤경 기자 y27k@kmib.co.kr